“경기도에 남자 교사가 없어요” 남성 교원 할당제 솔솔

2021.02.10 06:00:00 1면

올해 임용 합격자 발표, 중등 여성 합격자 78% 초등 86% 넘어
학교 현장‧학부모 “교육 불균형 우려” 남성 교원 할당제 요청도

경기지역 학교에서 남자 선생님을 보기가 더욱 힘들어질 전망이다.

 

경기도교육청이 8일 발표한 2021학년도 경기도 중등학교 임용시험 합격자를 분석한 결과, 1827명 중 여성 수험생이 1427명으로 무려 78%를 넘는다. 지난해에는 여성 합격자가 72.3%로 2019년 75.1%. 2018년 74.9%에 비해 소폭 줄었다가 올해는 4년 사이 여성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초등학교는 올해 임용 시험 여성 합격자 비율이 86%, 지난해 85%에 달한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 남자 교사가 부족한 현상은 이미 심각하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도내에서 근무하는 전체 교원 10만7579명 중 남자 교사 비율은 23.1%(2만4920명, 정규직)다. 교사 10명 중 남자 교사는 3명이 안 되는 꼴이다. 지난해 김병욱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과 대전, 전북 등 일부 지역은 더욱 심하다. 서울 16.6%, 대전 19.7%, 전북 20.3% 등 순이다. 전국적으로 남교사가 단 한 명도 없는 곳도 53개 교에 이른다.

 

상황이 이렇자 교원 성비 불균형으로 인한 교육의 어려움은 물론 학부모들의 불만도 높아진다. 일부 학부모들은 “분명히 남자 교사만이 가능한 정서 교육도 있을 텐데”라며 “자녀들에게 다양한 성 역할을 인식하는 교육도 필요하므로 교사 성비 불균형으로 인해 균형 잡힌 교육을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전했다.

 

교육 현장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학교 측은 남자 교사가 없다 보니 체육수업 등 야외활동과 학교폭력 예방 및 생활지도 등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초빙교사제도를 이용해 부족한 남자 교원을 확보하려는 학교들도 많아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임용 응시자 비율도 7대 3으로 여성이 훨씬 높다”며 “교대, 사범대 재학생의 남녀 비율도 비슷한 수준이어서 여자 교사가 많이 뽑히고, 현장에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임용시험 경쟁률이 높은 지역일수록 상대적으로 필기성적 등이 낮은 남성 지원자들의 진입이 더 어려운 점도 이유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또 “실제로 임용 시험 수험장에 가보면 화장실에 동행하는 감독관이 남성이면 불편하니 복도감독관을 여성으로 배치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오기도 한다. 그만큼 여성 수험생이 훨씬 많다는 방증”이라면서도 “교육부의 지침이 나오지 않는 이상 남성 교원 할당제 등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교육부에서도 뾰족한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일각에선 남자 교사 할당제 등 제도적 개선을 요구하기도 하지만 형평성 등을 이유로 아직 공론화하기에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체육수업이나 생활지도에서 남자 교사가 부족해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잘 알고 있다”며 “그러나 남자 교사 할당제 등은 워낙 민감한 문제라 논의하기에는 조금 이르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문성 경인교대 교수는 “어느 집단이나 사회와 비슷해야 자연스럽다. 현 교원의 성비는 너무도 부자연스럽고 불균형해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본다”라며 “남자 교사 할당제가 형평성의 이유로  시행이 어렵다면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 일부 공무원 시험처럼 남녀 중 일정 비율에 못 미치면, 정원을 추가해 뽑는 방법, 즉 ‘양성평등 채용목표제’ 도입이나, 일부 기업과 같이 남녀 정원을 각각 정해 뽑는 방법 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 경기신문 = 노해리 기자 ]

노해리 기자 haeri@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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