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백신외교와 새로운 세계질서

2021.02.24 06:00:00 13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는 글로벌 이동 마비와 사회균열 심화, 국가감시의 강화 및 프라이버시 침해 만연 등 국내외적으로 혁명적 변화를 초래하고 있음은 모두가 목도하고 있는 사실이다. 국민들은 불안해하고 따로 놀면서, 코로나가 하루빨리 종식되는 날이 오길 고대하며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간다.

 

다른 한편으로 주요 강대국들은 코로나 국면을 패권 장악의 마당으로 삼고 다양한 측면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의 한심한 코로나 대처로 야기된 미국의 국제 리더십의 공백을 파고들어 중국 중심으로 국제질서의 판을 짜려고 부심 중이다.

 

지정학적 리더십 장악을 둘러싼 각축이 첫 번째 전선이다. 코로나 발생 전부터 중국은 많은 자원을 신흥시장에 퍼부은 결과, 미국의 대안 세력으로 컸으며 신흥국가들에게는 매력적인 파트너로 부상했다. 전통적으로 미국은 과거 자연재해나 감염병 등으로 위기가 지속되었을 때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쥐고 그 부정적 효과 차단에 주력하여 회복을 이끌었다. Polio Endgame Strategy 2019-2023을 창안하여 아프리카에서 만연한 에이즈 퇴치를 위해 500억 달러를 투입하여 4300만 명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고, 2014년 에볼라 발생 시에도 이와 비슷한 노력을 기울였다. 미국은 항상 최전선에서 병마와 싸우고 지원했다.

 

그러나 2020년 초부터 코로나와 싸울 준비도 제대로 안하고 감염병과 사투를 벌이는 다른 국가들을 도울 생각도 안했다. 트럼프의 무책임한 행태가 지속되자, 세계는 이 과업을 맡을 새로운 리더를 갈구했다. 충분한 자원과 빌려줄 돈도 있는 국가는  중국이었다. 중국은 이런 국가들을 상대로 방호복, 의료기기와 물품 등을 신속히 지원했다. 상당한 피해와 동시에 대처 방법을 먼저 터득한 덕분에 ‘마스크 외교’라는 변이된 형태로 적극 개입했다. G20· 월드뱅크 등과 같은 글로벌 다자기구 내에서 명성을 높이거나 글로벌 공공의료 제공자로서의 긍정적인 이미지도 구축하고 있다.

 

남중국해와 같은 분쟁지역에 대한 논란 시 레버리지로 삼거나, 자국 기업 부흥 등 다목적인 포석도 깔고 있다. 인도네시아가 대표적이다. 중국은 백신생산과 공급을 매개로 적극적으로 인도네시아와 백신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있다.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와도 연결시켜 소위 Health Silk Road를 만들어, 의료물품 공급과 보건의료정보에 대한 감시 기술 등도 레버리지로 삼으면서 국제무대에 올라가 리더십을 과시하려 하고 있다.

 

이 와중에 백신 개발과 보급은 2라운드 패권경쟁의 서막과 과학적 전쟁터를 열었다. 바이든의 미국은 백신개발국이란 장점을 십분 활용하여 무너진 리더십을 회복하고 패권국 지위를 되찾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백신분배를 재관여정책의 절호의 기회로 본다. 경제적 측면· 전략적 측면· 윤리적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민주 vs 전제정치, 자본주의 vs 사회주의, 민족주의 vs 인도주의와 같은 이념적 대립구도의 그림도 그릴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이들 국가들이 자신들의 국가 미래를 차트로 만들 때 충분한 고려사항이 될 것이란 주장이다. 러시아도 스푸트니크란 백신을 2020년 8월 최초 개발한 것을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과 무차별적 공급을 내세워 영향력 확장을 꾀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보건안보 문제를 감청동맹의 확장과도 연결시키려 한다는 점이다. 감청동맹은 Five Eyes라 불리는, 미국·영국·호주·뉴질랜드·캐나다 등 5개 국가들이 민감한 통신정보를 공유하는 체제를 말한다. 이 Five Eyes에 일본을 포함시켜 광물(히토류 등)· 첨단 기술· 의료물품 공급 등은 물론, 지적 재산권과 첨단기술 보호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제시되고 있다. 감청동맹 포함은 돈독한 신뢰와 끈끈한 상호 결속을 의미한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새로운 국제질서는 연합과 동맹의 절박성을 더 높여주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동맹 강화 추진에 적극적으로 올라타는 것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국제질서에 부응하는 일이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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