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징검다리] 일반직의 나라에서 전문직의 나라로 바꿔야한다

2021.08.11 06:00:00 13면

 

 

 

최근 우리나라가 유엔에서 선진국으로 공식 인증되었다는 보도를 접했다. G7에 공식 초청받은 사실로 보나, BTS열풍으로 보나, 도쿄올림픽 메달종목을 보나 우리나라는 틀림없는 선진국이다. 그렇지만 모든 분야가 골고루 선진국 스탠더드에 도달한 건 아니다. 공무원세계도 그중 하나다. 내가 주목하는 문제는 공무원이 철 밥통을 누리고 있다는 게 아니고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것이고 해법이 비교적 단순한데도 거들떠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중앙부처 공무원은 극소수 별정직이나 개방직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반경력직이다. 이들은 직급의 높낮이와 관계없이 동일조직 내부에서 정기적으로 자리를 옮기며 때가 되면 승진한다. 그러다 ‘관’자가 붙는 중견직급으로 올라가면 기안과 품의 업무를 면제받는다. 과장급 이상은 직접 문서를 작성하지 않고 과원을 지휘, 감독할 뿐이다. 일을 배울만하면 자리를 옮기는 데다 승진하면 현장과 글쓰기 모두에서 멀어지기 때문에 전문가의 내공을 갖추기가 어렵다. 더욱이 위계질서가 강해서 직급에 따라 대접을 받아도 큰 불만이 없다.

 

내가 관찰한 선진국 관료사회는 세 가지 점에서 달랐다. 첫째, 이들은 우리나라와 달리 전보도 승진도 없이 한자리에 오랫동안 머물렀다. 이해당사자 협의와 세미나 참석에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겉보기에는 헐렁하게 일을 하는데도 얘기를 나눠보면 업무전문성이 확실했다. 둘째, 직급이 올라갈수록 직접 중요한 문건을 만들고 일에 치이기 때문에 굳이 승진에 목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셋째, 기관장과 직원의 사회적 거리가 멀지 않아 보였다. 68 혁명의 세례를 받은 이래로 조직구성원을 계급장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그 너머 인격을 존중하는 조직민주주의가 일상화했다.

 

나는 우리나라가 발전하려면 공무원사회를 지금의 일반직 사회에서 전보와 승진, 품의가 없는 전문직 사회로 이행해야 한다고 믿는다. 공무원은 바깥세계를 지원하고 규율하는 일을 하는데 바깥세계보다 전문역량이 떨어지면 그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일단 고위공무원에게 그 직급에 걸맞은 중요도의 문건 작업을 하게끔 바꿔야 한다. 하위직 공무원에게도 예외 없이 그 직급에 적합한 업무전결권을 부여하여야 한다. 나아가서 전보를 최소화해서 깊이와 전문성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한마디로 인사원칙만 바꿔도 일반직의 세계가 사실상 전문직의 세계로 시나브로 바뀔 수 있다. 더 늦출 수 없다.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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