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는 꿈을 지킨다/무라야마 사키 지음/한성례 옮김/씨큐브/272쪽/값 1만5000원
마녀라 하면 어떤 이미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가? 세상을 온통 검은 기운으로 물들이고 주문을 외우며 마법의 약을 휘젓는 모습이 생각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마녀는 꿈을 지킨다’ 속 빨간 머리의 나나세와 마녀의 집을 지키는 니콜라, 회색 머리가 허리까지 내려오던 니콜라의 친구 등 마녀들을 보면 이야기가 다르다.
번화가에 위치한 서점 직원인 히라타 가나에는 어느날 일상 생활에 지쳐 항구로 발걸음했다. 그때 빨간 머리 소녀가 “해와 달, 공기, 산과 바다, 흙, 비와 바람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환경을 제공하지만 어둠 속에는 고약한 장난꾸러기가 많다”며 손을 내민다.
빨간 머리 소녀 나나세는 약 10여년 전 가나에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잠깐의 시간을 보냈던 친구였다. 세월이 지났음에도 그 당시와 똑같은 나나세의 모습을 본 가나에는 놀랐지만 둘은 언젠가 다시 만나자면서, 시간이 지나도 절대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또 마녀의 집을 찾아온 나나세에게 로즈마리 치킨 크림 스튜를 대접한 니콜라는 음식에 추억이 얽힌 친구의 이야기를 꺼낸다.

자신이 만든 치킨 스튜를 좋아하던 그 친구는 한줄기 광휘만 남기고 떠나 이제는 만날 수 없다고 한다. 마녀는 사고를 예감하는 능력을 지녔는데, 불길한 예감에 기차역에서 발만 동동 구르던 친구에게 한 꼬마소년이 다가와 힘내라며 흰 새의 깃털을 건넸다.
사고를 막을 순 없었지만 마녀는 자신도 크게 다친 상태에서 그 소년을 구해 병원으로 데려다줬고, 니콜라에게 소년의 순수한 그림이 담긴 스케치북만을 남긴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 소년은 장차 세계적인 화가로 성장했고, 자신을 구해준 마녀를 ‘금빛 날개를 펼친 천사’라 기억하고 있었다.
니콜라는 어느날 자신을 찾아온 소라야를 반갑게 맞이한다. 자신을 유일하게 잊지 않고 오랜세월 기억해준 사람 친구 쇼코의 손자 소라야에게 ‘사후 세계에 가면 귀가 시간이 없으니 내게 와서 차도 마시고 이야기도 나누자’는 메시지를 전하며, 고양이의 구내염을 낫게 해줄 수 있는 약과 쇼코의 선물로 기분 좋아지는 차를 건넸다.
책을 읽다보면 인간이 사는 마을 여기저기에 마녀들이 몰래 섞여들어가 살고 있다고 한다. 마을 사람들을 지켜보다가 위험에 처하면 달려가 구해주는 마녀, 위기에 처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구해주는 게 그들의 역할이다.
‘마녀는 꿈을 지킨다’에 나오는 마녀들은 신비한 마법을 사용하고, 사람보다 수명이 열배쯤 긴 존재일뿐, 정서나 생각, 감정 등이 인간과 같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무한하게 베푸는 존재들이다.
[ 경기신문 = 신연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