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예측의 중요성과 ‘단견예측 정부’

2021.08.18 06:00:00 13면

 

 

바야흐로 예측의 시대이다. 코로나 판데믹 종식 시점이나 미중 무력충돌 지점과 시기, 그리고 북한과의 대화 시기 등 자칭 전문가들의 각종 예측이 넘쳐난다. 세상이 두려움으로 규정되기 시작하면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예측이 더 많아진다. 경제와 외교정책에 이런 현상이 더 두드러진다.

 

1989년 동독 수상 호네커는 공언했다. “베를린 장벽은 50년 이상 버티고 있을 것”이라고. 그 호언장담은 10개월 만에 장벽 붕괴라는 현실 앞에 우스개로 전락했다. 중국의 발전상과 그 여파에 대한 예측도 비슷하다. 1995년 미국 사회학자 Jack A. Goldstone은 “급속한 중국의 경제성장은 중국 공산당을 구하지 못하고, 10-15년에 중국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중국의 지배집단은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신종 개념을 창안했다. 정치는 공산당 중심의 권위주의체제를 굳건히 하는 토대에서, 경제는 자본주의적 요소를 도입하는 방식을 시행하여 일정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헝가리와 같은 유럽의 일부 전체주의적 국가들마저 이런 형태의 통치체제를 모방할 정도이다.

 

사실 지난 50년을 통틀어보면 긍정적인 예측과 사건도 많았다. 냉전 종식, 남아공에서의 인종차별 해소, 극단적인 빈곤의 감소, 국경을 넘는 상호 소통 증대 등이다. 그럼에도 정부 관료들이나 기업 CEO들은 충격적인 사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는 전문가란 집단과 위기관련 컨실팅 회사 등에 이익을 안겨준다. 비즈니스가 되기 때문이다.

 

리스크 컨설턴트 회사는 고객의 불안감을 조성하는 광고를 한다. “먼저 그들로부터 똥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겁을 주어라. 그러면 고객들이 문을 열고 들어오게 된다.” 물론 이 같은 사안에는 인간의 본능과도 관련이 있다. 인간은 위험이나 위협에 지나치게 과민하게 반응하는 속성을 갖고 있다. 정부도 비슷하다. 나쁜 사건이 일어날 확률이 낮아도 이를 경고하는 것만으로도 최소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믿는다. 리더들도 발생할지 모를 사건에 대해 과도하게 경계하는 것이 소파에서 잠자는 듯이 행동할 때 보다 질책을 덜 받는다. 그래서 미래를 비관적, 우울하게 전망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기상대와 같다. 폭우를 예보했다가 오지 않아도 별 질책을 받지 않지만, 그 반대상황이면 온갖 원성을 듣는다.

 

한편으로 역사를 진단하는데 또 하나의 함정이 있다. 세계정세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면 자신들의 평가에 안주하게 된다. 15년 내지 20년 앞의 청사진을 펼쳐 보이지만, 아쉽게도 세상은 예측을 뛰어넘어 복잡하게 변한다. 생각지도 않은 것이 돌출하고 반대방향으로 가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의 과오 중 하나는 미래에 대한 예측 능력 부족이다. 부동산 정책, 한일 문제 등 대부분이 근시안적 시각으로 일관했다. 한마디로 ‘단견예측 정부’다. 코로나 백신수급에도 여실히 허점을 보여주었고, “2025년까지 세계 5대 백신생산국이 되겠다”는 대통령의 발언은 허언처럼 들린다. 예측과 전망은 태산을 넘는 힘든 작업이고 비판소지도 많지만 그래도 해야 한다. 지배집단의 근시안적 예측과 정책 집행은 국민과 국가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를 가져온다. 향후 복합위기는 더 심화될 것이고, 이는 인류에게 존재론적 위기를 가져올 것이다. 정부는 현명하게 행동해야 하고, 정치지도자들은 예측능력으로 무장하여 불확실한 국면에 대처해야 한다. 차기정부는 ‘단견정부’라는 오명을 절대로 이어받아서는 안 될 것이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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