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민주주의의 가치와 수단의 혼동!

2021.08.20 06:00:00 13면

 

민주주의의 가치는 소수 의견도 제도에 반영하는 것이다. 이런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대의민주주의는 협상과 타협을 원칙으로 한다. 협상과 타협을 통해 민주주의는 소수 의견마저도 제도에 반영할 수 있게 돼, 민주주의 본연의 가치에 충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소수 의견을 반영하는 이유는, 이를 통해 가장 효과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소수의 의견까지 반영해 만들어진 제도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설령 제도의 부작용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특정 정치 세력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 없이, 합심해서 부작용을 극복하려 들 것이기 때문이다. 즉, 민주주의 체제란, 협상과 타협에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효율적인 체제라고는 할 수 없지만, 가장 효과적인 제도를 만들 수 있는 체제라는 것이다.

 

여기서 덧붙여 말하고 싶은 점은,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가치가 아닌, 민주주의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점이다. 가치와 수단을 혼동해서는 안 된다. 수단이 정당했다고 그 결과가 민주주의 기본 원칙과 가치에 충실했다고 말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지난 18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여당 단독으로 문광위 안건 조정위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의하면 안건 조정위는 여야 각각 3명의 동수로 구성된다. 그런데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으로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배정되면서 사실상 “여권 4명” 대 “야권 2명”의 구도가 돼버렸다. 여기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을 “다시” 발견할 수 있다.

 

현 정권 들어와서 여당 단독으로 처리된 여러 법들을 보면, 분명 절차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과 가치에 충실했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흥미롭다”는 것이다. 과거 부동산법을 처리할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여당은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법을 만들고 있다.

 

당시 여권이 단독으로 부동산법을 밀어붙였지만, 현재 부동산 상황을 보면 결과는 엉망이다.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발생한다. 여당이 수(數)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제도가 엄청난 부작용만 초래했다면, 여기에 대해 책임지는 모습이라도 보여줘야 하는데, 현재 여당은 물론 정부조차도 책임지는 모습은 고사하고, 오히려 상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데 몰두하고 있다. 책임 정치의 원칙마저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런 경험을 했다면 지금이라도 과오를 반복하지 말아야 하는데, 지금 다시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을 보면, 경험에 의한 학습 효과도 별로 없는 것 같다. 학계와 언론계 그리고 정의당을 포함한 야권 전체가 반대하는 법안을 이런 식으로 밀어붙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더구나 언론 중재법 개정안은 국민들의 알 권리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아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법안이다.

 

한마디로,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면서 밀어붙이는 법안이, 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관련돼 있는 사안이라는 것이다. 설령 백번 양보해서 여당이 언론 중재법 개정안을 밀어붙이는 취지를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훼손하면서까지 이런 식으로 급하게 밀어붙여야 하는 시급한 문제인지도 모르겠다. 권력을 쥐고 있는 여권이 이런 식으로 가치를 훼손하면, 그 역작용이 언젠가는 부메랑이 돼 자신들에게 들이닥치게 돼 있다. 그것은 역사의 진리이기 때문이다.

신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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