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성김 대사 방한과 북한의 고민

2021.09.01 06:00:00 13면

 

 

성김 미 행정부 대북특별대표가 한미합동훈련 기간 중인 8월 21일~24일 한국을 방문하고 미국으로 돌아 갔다. 성김 대사는 미국 부시 정부부터 시작해서 오바마 정부, 트럼프 정부, 그리고 바이든 정부까지 소위 공화 민주당 정부 모두에서 전문성을 인정받아 북한문제에 대한 중책을 수행하고 있는 인물이다. 중학교 1학년까지 한국에서 생활하다가 미국으로 이민을 갔고 미국식 교육을 받았으나 한국어로 소통하고 한글문서를 독해하는데 어려움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성김대사의 사례를 보면서 한국계 미국인의 입지전적인 성공에 대한 감탄과 함께 미국은 북한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공화와 민주로 정부가 바뀌더라도 그 연속성은 유지하고 있구나 하는 부러움을 갖게 된다. 보수와 진보 정부 교체로 대북정책 기조가 변화하고 전문성있는 인사도 과거 정부와의 차별화로 인해 등용되기 어려운 우리의 경우와 대비되어 씁쓸하기도 한다. 여하튼 성김은 이러한 대북정책에 대한 연속성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한편 북한에게 있어서는 같은 한민족이라는 느낌과 함께 언어 장벽에 대한 부담을 완화해 줄 수 있는 매우 적합한 인물이다. 성김 대사는 이번 방한기간 중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주었다. 우선 북한에 대한 적대의사가 없으며, 한미연합훈련은 연례적인 방어훈련이고, 북한 친구들과 전제조건 없이 만나자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 그리고 대화를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목표로 유연하고 창의적으로 북한과 협력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남북 간 대화협력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미국과의 대화협력과는 별개로 북한이 남한과 대화 협력하는 방안을 사실상 권유하기도 했다.

 

이러한 성김 대사의 방한 메시지에 대해 북한 당국은 어떻게 평가하고 대응할 것인가? 우선 미국정부가 북한이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적대시 정책’ 포기로 해석될 수 있는 구체 조치 없이 여전히 ‘전제조건 없는 대화’라고 하는 빈말만 하고 있다는 부정적 평가를 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 김영철 통전부장이 지난 8월 11자 담화문에서 제시한 엄청난 안보위기를 경험하게 해 주겠다는 공개적인 입장이 빈말이 아니다는 점을 보여주긴 주어야 하는데 여기서 부터 고민이 시작된다.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할 경우 그에 따른 후폭풍 즉 미국의 대북제재 강화 등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에 부담을 주는 상황이 불을 보듯 뻔하다. 대북제재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중국도 적극적이고 대대적인 지원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 창궐과 대북제재로 인한 지금의 어려움이 앞으로 최소 1년은 더 지속되어 국가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1년 차부터 목표달성에 실패하고 내부단속을 위해 말로 했던 ‘고난의 행군’이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은 성격이 호탕하고 속도감 있게 정책을 결정하고 과감하게 집행하는 성향을 보이고 있다. 선대에서 이루지 못한 핵무기 개발을 2016년과 17년 3차례의 핵실험을 통해 단기간에 마무리하고 2018년 비핵화를 카드로 한 과감한 입장 선회로 6·25 전쟁 이후 최초로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결단력을 보여주었다. 무릇 고민이 많으면 일을 제때에 제대로 하기 어렵다. ‘위협과 양보’라는 과거 타성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성김 대사의 메시지를 적극 받아들여서 ‘대화의 길’에 나설 것인가? 북한의 선택을 지켜본다. 

김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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