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영혼의 음악 - 카를로스 나카이 1

2021.09.06 06:00:00 13면

월드스타를 낳은 월드뮤직 13

 

 

명상으로 탈모를 치료한 남자가 있다. 믿기지 않는 이야기는 더 된다. 늙어가던 피부가 아이처럼 희고 뽀얗게 변하고 배도 들어갔다. 나이를 거꾸로 먹고 있다는 이야기다.

 

내 주변에서 일어난 ‘세상에 이런 일이’의 주인공은 전직 언론사 기자였던 60대 중반의 남성.

매일 새벽 5시에 기상, 한 시간 넘는 명상을 십 년 넘게 하면서 생긴 변화란다. 남편의 변화를 보고 신기해하다 명상을 따라 하기 시작한 부인이 고민에 빠졌다. 남편처럼 ‘긴 침묵 가운데 오래 앉아있는 짓을 좀 쑤셔서 못해먹겠다’는 이야기다.

 

그녀에게 음악명상을 권했다.

명상은 좌선 상태에서만 가능한 게 아니다. 걷기명상, 차명상, 춤명상도 있다. 음악명상은 10여 년 전의 놀라운 체험 후 지금까지 수행하고 있는 내 식 명상법이다.

 

장소는 서울 구로에 소재한 불교대학이었는데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2박 3일 음악 명상캠프를 열었었다. 수업은 이론과 체험으로 진행되었는데 첫날부터 ‘한 소식 얻는’ 경험을 했다. 그저 편안히 앉아서 눈을 감고 강사가 틀어주는 음악을 듣는 게 다인 음악명상. 

 

잡념이 올라오면 흘러가게 놔두라는 말까지 들으니 하나도 어려울 게 없었다. 처음 듣는 음악들은 어찌나 하나같이 편안하면서도 매혹적인지! 어느 순간, 반복되던 리듬이 다르게 들렸다. 몸과 마음이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듯하더니. ‘단 한 번도 경험 못한 황홀지경’에 휩싸였다.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참석 사흘 동안 그 놀라운 경험을 수차례 했다.

 

이후 명상을 꾸준히 하게 되었는가라고 묻는다면 앞에 이야기한 회춘남성처럼 ‘매일 새벽 한 시간 이상’은 아니지만 심신이 지칠 때마다 수시로 해왔다. 공간은 대개 파주 헤이리의 작업실인데 방해받지 않는 조용한 공간 어디든 상관없다.

 

음반 하나를 플레이어에 올린다. 명상캠프 이후 꾸준히 수집한 명상음반들이라 고르는 것부터 행복하다. 그리고 가장 편한 이완상태를 만들어주는 흔들의자에 앉아 눈을 감는다. 음반 한쪽이 다 도는데 드는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

 

눈을 뜨면 세상도 나도 낯설다. 에너지를 뺏던 공기와 공간이 마치 행복을 위해 세팅된 무대처럼 보이고 자신이 해피엔딩극의 주인공 배우처럼 느껴진다. 명상에 들기 전 품고 있던 고민과 난제들은 ‘성숙과 성장을 위한 과정’처럼 여겨진다. 명상에 관심 있는, 어렵고 지루할까 봐 미루는 모든 이들에게 권한다.

 

그렇다면 어떤 음악을 들을 것인가.

내가 제일 처음 접한 명상 음반이며 지금도 최고로 치는 ‘The indian Road’ 시리즈로 시작하시기를. 국내에 3집까지 나와 있다. 국내 처음 들여온 북미 인디언 음반이기도 하다. 지하 180 피트 동굴 속, 인디언 플루트 연주를 담은 첫 곡 ‘기도(The Offering)’부터 전율이 일 것이다. 뒤에 이어지는 ‘대답 없는 사랑, 노란 숫양의 노래, 독수리가 날 위해 기도하네.....’ 등 시 같은 제목들이 감흥을 더한다.

 

‘The Indian Road’를 통해 북미 인디언 음악에 관심이 생겼다면 1집 6번째 곡으로 나온 ‘탈주의 노래(Flight Soing)’에서 플루트를 연주한 카를로스 나카이(R. Carlos Nakai)를 만나야 한다. 북미 인디언 플루트 주자 중, 단연 독보적인 카를로스 나카이는 미국 역사 이전, 그 땅의 주인 중 한 부족이었던 나바호족의 후예다. 구름과 물, 나무처럼 인간도 자연의 한 존재로 생각하고 살았던 멀고 먼 시절의 아름다운 원시성, 야성의 숨결이 그의 연주에서 뿜어 나온다. 나바호족과 카를로스 나카이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많다. 다음 호에 이어진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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