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과 심리전의 위력

2021.09.23 06:00:00 13면

 

탈레반의 20년 만의 아프가니스탄 장악은 그 신속함과 정부군의 무력함에 국제사회는 허탈해하면서 향후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20년 전과 오늘의 탈레반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과연 지금의 탈레반 지도부들이 언명한 여성인권 보장, 언론자유 등의 약속이 지켜질지에 대해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고 있다.

 

우리에게는 미군 철수가 심각한 안보공백과 국가생존을 위협하는 요소임을 새삼 일깨워준 사변이 되었다. 한편으로 아프가니스탄의 조기 몰락 원인을 놓고, ‘영원한 전쟁’을 끝내고 중·러에 집중하겠다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전환과 다양한 부족으로 뒤섞인 아프간 속성 파악 실패와 더불어 정부군의 싸울 의지와 역량 부족 등이 겹치면서 일어난 참사라는게 대체적으로 일치된 분석이다.

 

그러나 이 분석에는 한 가지 중요한 부분이 빠졌다. 바로 탈레반이 20여 년 간 교활하게 수행해온 심리전이다. 국제위기그룹은 2008년 한 보고서에서 “탈레반은 오래전부터 교묘한 커뮤니케이션 수법을 창안하여 자신감 있게 활동을 펼쳐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활용 가능한 모든 미디어를 동원하여 아프간 민족주의를 자극하고, 카불 정권과 그 후원국들의 정책실패를 과장되게 호도했다.

 

초기에는 팸플릿, 카세트테이프, 이슬람 설교집, DVD 등을 집중 활용했다. 디지털 시대에 발맞추어 웹사이트 공간에 자신들이 전달하고픈 메시지를 각 지방의 언어(아프간은 언어가 다양함)에 맞게 포장했다. 전장 상황을 트위터로 전달하기도 하고 소셜미디어를 전사 충원 도구로도 활용했다. 특히 자신들을 카불 정권을 이어받을 정권(‘기다리는 정권’)으로 묘사하며 아프간 국민들을 현혹했다.

 

2020년 트럼프와 미군 철수협정을 맺은 이후부터 기만적 선전공세는 더 가열되었다. 한 입에 두 목소리를 내는 전략을 구사했다. 한 입으론 평화를, 다른 입으론 무력투쟁을 독려했다. TV 앞에선 온건한 얼굴로, 스마트폰을 능숙하게 쓰는 쇼맨십을 자유자재로 구사했다. 이는 거의 피 흘리지 않고 카불을 입성하게 된 숨은 원동력이 되었다.

 

탈레반의 심리전 전략은 우리에게도 차디찬 교훈을 던져 준다. 적은 비용으로 고효율을 거두는 ‘가성비 높은 전략’ 임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심리전이 물리적 군사력을 누를 수 있음을 실증했다. 그러기에 북한 역시 지난 70여 년 간 자유민주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끈질기게 대남심리전을 펼치고 있다.

 

자신들이 운영하는 선전선동사이트 내용을 우리 국내 사이트로 ‘퍼나르기’하거나, 댓글부대를 운영하며 인터넷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 트위트와 같은 SNS 계정을 1000여 개 운영하며 우리 국민들의 여론·감정·태도 등을 친북화시키고 있다.

 

북한 정권의 행태는 러시아가 그 모태다. 러시아는 물리적 군사력 약세를 심리전으로 보완하기 위해 ‘가공할 댓글 부대’를 멕시코나 가나 등지에서 운영하며 음모론과 허위사실을 퍼나르면서 서방진영을 균열시켜왔다. 러시아 혁명 당시 백군과 적군이 내전을 벌일 때 적군의 비밀정보기관이었던 체카(KGB의 전신)가 펼친 심리전(Operactiya Trest)이 그 효시이기도 하다. 주적도 헷갈리는 현 한국군인 앞에 북한군이 맞닥뜨리게 되면, 한국군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 심히 우려스럽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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