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의 온고지신] 미스터 네거티브

2021.09.28 06:00:00 13면

 

동지(同志). 뜻을 같이 하는 자로서, 말이 통하는 동무 또는 어떤 비밀도 맘 놓고 공유할 수 있는 특별한 친구를 일컫는다. 이 혈맹의 칭호를 3류정치가 가져가서 매우 위선적으로 쓰고 있다. 동지라 부르면서도 원팀정신을 산산조각 내는 민주당 대선 경선의 특정 후보를 비판한다. 

 

당시(唐詩) 한편이 떠오른다. 

 

이백 두보와 동시대인으로, 그 명성은 천년이 넘도록 조금도 줄지 않는 시인 왕유(699~761)가 있다. 이 삼거두(三巨頭)를 중국은 국보로 여기며 각각 시선(詩仙), 시성(詩聖), 시불(詩佛)로 존숭한다. 선생의 시편들 가운데 《酌酒與裵迪(작주여배적)》의 일부다.

 

"白首相知猶按劍(백수상지유안검)
 朱門先達笑彈冠(주문선달소탄관)"

 

 "평생을 서로 알고 지낸 친구도 자리나 이권을 다투게 되면 주머니 속 칼집을 만지작거린다네. 뿐만 아니라, 관직에 먼저 나간 권문세가의 자식들은 자네 같은 후배들이 뒤따라 진출하면 이끌어주기는 커녕 잘되나 보자며 비웃지. 세상인심이란."

 

작금 이 나라 대통령 선거 경선은 여야 공히 목불인견이다. 참혹하다. 우리 정치판은 거대한 쓰레기 더미다. 놀라운 것은 그  위에 두 송이의 장미꽃이 피었다는 점이다. 기적이다. 추미애의 포효, "검찰 언론 야당, '검언정' 협력 카르텔을 부수어야 한다"에 "살아 남기 위해서라도 청렴해야만 했다"는 이재명의 처절한 외침은 마치 멋진 합창 같다.

 

이낙연의 좌절은 최선을 다한 자의 아까운 패배가 아니다. 자멸이다. 대통령이 되어 펼치겠다는 원대한 시대정신의 구상과 포부는 아예 없거나 뒷전이고, 선두주자와 추격자를 시종일관 저주하고 꼼수로 공격하여 판을 더럽힌 죄의 대가다. 그는 날마다 어느 시시한 인간의 자서전을 낭독하고 있다. 

 

또 다른 총리 출신 후보 정세균도 별 차이 없이 이재명 씹는 걸로 일관하다가 먹히지 않자 재빨리 사퇴했다. 둘 다 총리가 되기까지는 특유의 무능 탐욕 위선이 유효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연로한 자들의 가장 역겨운 득표전략은 선량한 씨알들을 편가르고 포악하게 만들었다. 

 

호남이든 영남이든 그 어느 후보가 이기든 지역균배 한답시고 저쪽 동네 출신의 파렴치한들에게 총리니 장관 명함 주는 전통을 끊기 바란다. 온갖 저질 추태를 전략처럼 일관하는 총리 출신들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능력 열정 헌신 품격을 기준으로 해야 옳다.  

 

여성 또는 젊은이가 총리를 맡는 것이 고달픈 인생살이의 민초들에게 훨씬 더  유익할 것이다. 40대 기수론의 3김시대는 얼마나 역동적이었던가. 이재명 후보에게 공약으로 30-40대 총리나 여성 총리를 제안한다.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들 중에 특히 흔한 일이다. 

 

역설적으로, '미스터 네거티브'의 편에 서서 바보짓, 나쁜짓, 미친짓을 대행하는 3류 정치모리배들의 리스트가 만들어졌다는 점은 다행스럽다. 특히 장관 명함 욕심 내다 폭망한 종자들! 유유상종은 진리다.

오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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