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수의 월드뮤직기행] ‘진짜 기타리스트의 가짜 탱고, 탱고 앤 스카이’

2021.10.18 06:00:00 13면

월드스타를 낳은 월드뮤직 16

 

 

‘한옥 마당에서 열리는 콘서트에 오실래요?’

지난 주말, 피아니스트 지인으로부터 하우스 콘서트 초대장을 받았다. 비로소 코앞에 다가온 ‘위드 코로나’가 실감되었다.

 

‘좁은 공간에서 다닥다닥 붙어 앉아 관람하는 것이 특징’인 하우스 콘서트라 엄중한 코로나 시기에 숨 죽을 수밖에 없었다. 1년 넘게 갈 수 없었던 하우스 콘서트 소식에 기대와 설렘이 교차했다. 처음 하우스 콘서트를 알고, 찾아다니던 때도 같은 감정이었다.

 

20여 년 전, 유럽 배낭여행 중 ‘하우스 콘서트’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음악회라 하면 공연장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을, 무대는 클래식 연주를 떠올렸던 내게 개인 집 정원이나 동네 카페, 성당 등 작은 공간에서 소수의 사람이 모여 가볍게 여는 하우스 콘서트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월드뮤직 무대도 자주 열렸다.

 

이탈리아 지방 바닷가 마을 오시모에서 만난 하우스 콘서트장은 개인집의 마룻바닥 거실이었다. 대여섯 평 됐을까. 스무 명 가까운 관람객은 옆 사람과 붙어 앉을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관람석 바로 앞에 선 연주자의 숨소리와 땀냄새가 느껴졌다.

 

악기 소리가 마룻바닥을 타고 온몸에 전해져 감전되는 경험을 하면서 ‘최고의 무대는 대형공연장 로얄석’이라는 고정관념을 깼다. 귀국한 뒤 몇 곳 안되는 전국의 하우스 콘서트장을 수소문해 찾아다니다 마니아가 되었다. 대개 만원, 이만 원이었던 착한 입장료가 매력을 더했다.

 

하우스 콘서트의 부작용은 ‘중독되면 일반 공연장은 재미없어 못 가게 될 수 있다’는 것. 일반 공연은 객석에서의 연주 감상이 전부지만 하우스 콘서트는 붙어 앉은 옆사람과 쉽게 대화친구가 되고 공연 후의 와인파티 같은 뒤풀이를 통해 연주자와 속 깊은 대화를 나눌 수도 있다. 음악을 사랑하고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면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오랜만이라 추억까지 소환하며 들떠 찾은 종로 한옥에서의 하우스 콘서트는 피아노 공연이었다. 한 시간 정도의 공연시간 내내 한 악기만 연주하면 관객들이 지루해할까 봐 특별출연자를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날 특별무대는 플라멩코 기타와 팬 플롯.

 

특별무대는 늘 선물 상자 안 또 다른 선물상자를 발견한 느낌을 준다. 더군다나 기타 연주곡은 ‘탱고 앤 스카이(Tango and Ski)! 플라멩코의 나라 스페인에서 공부했다는 기타리스트 이준호의 연주는 곧바로 심장을 퉁겼다. 20년 전 배낭여행하던 펄떡대던 청춘의 심장이 살아나는 듯했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자주 들으면 질린다. 그런데 오래되어도 자주 들어도 늘 같은 전율을 주는 음악이 있다. 내게 탱고 앤 스카이가 그렇다. 콘서트에서 만난 여러 기타리스트에게 최애곡을 물으면 탱고 앤 스카이가 빠지지 않았다.

 

작곡자는 튀니지 출생으로 프랑스에서 활동했던 롤랑 디용(R.Dyen 1955-2016).

스카이는 하늘을 뜻하는 게 아니라 프랑스 속어로(Skai) 가짜라는 뜻이다. 즉흥 연주를 즐겼던 롤랑 디용이 한 파티에서 지루해하는 이들을 춤추게 하기 위해 즉석에서 만들었으며 그래서 제목도 장난스레 지었다나. 장난스레 지은 음악이 장난 아닌 위대한 세계적 기타 명곡이 되었다.

 

(인터넷 창에서 www.월드뮤직. com을 치면 기사 속 음악을 유튜브로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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