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종전선언(終戰宣言)의 실익(實益)

2021.11.08 06:00:00 13면

 

문재인 정부가 고심 끝에 생각해낸 UN에서의 종전선언 제안과 이를 통해 북미 남북대화를 재개하여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다시 궤도에 올려놓으려 했던 야심 찬 의도가 미국의 이견(異見)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형국이다.

 

비록 중대과제 선결이란 조건을 달았어도 북한의 긍정적 반응과 중국의 환영의 뜻에 기대에 차서 미국으로 건너가 카운터파트인 제이크 설리번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을 설득코자 했던 서훈 안보실장의 노력이 수포로 돌아간 듯하다. 설리번은 ‘정확한 순서, 시점, 조건’을 제시하며 다른 관점을 갖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마디로 북한의 선 비핵화 조치가 있어야 종전선언은 물론 북미대화, 나아가 관계개선이 가능하다는 종래의 미국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종전선언의 의미는 법적 구속력을 갖지 않는 정치적 상징적 선언의 의미밖에 없다고 하지만 현재와 같은 교착상태에서는 북미 남북관계에 돌파구를 열어 관계 당사자들의 한반도 비핵화 논의를 재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이 좋은 아이디어에 대해 미국이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이고 미국을 설득하여 종전선언의 테이블로 인도할 방책은 없는 것일까. 미국이 현 상황에서 종전선언에 부정적 의견을 갖는 것은 그 종전선언의 파급력을 우려한 때문으로 생각된다.

 

먼저 종전선언을 하고 비핵화 협상에 나아가면 UN사의 해체, 나아가 주한미군의 철수 주장 등의 근거를 제공하여 북의 협상레버리지 만을 높이게 되고 비핵화협상에 난항을 겪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순서와 시기, 조건’을 언급하면서 북의 비핵화 관련 가시적 조치가 먼저 있어야 협상 재개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한 미국측의 불신과 미중갈등 상황 등 미국의 패권적 지위가 흔들리는 현 시국에서 북한 같은 비정상국가에 끌려가는 모습을 보일 수 없다는 자존심 등이 어우러져 미국의 종전선언 참여를 주저케 하는 본질적 이유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그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실현을 위해 노력한 것들을 생각한다면 그냥 이대로 임기를 마무리할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3번의 남북정상회담에서 가졌던 꿈들, 싱가포르에서 북미정상이 선언했던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약속들을 회상하면서 다시 한번 결연한 의지를 갖고 돌파구를 마련했으면 한다. 미국이 안 된다면 안 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려고 하면 미국이 도와야 한다는 한미외교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우리의 최우선 국익이기 때문이다. 한미동맹의 진정한 가치는 서로의 이익을 존중해야 함에 있다. 다음과 같은 방안을 가지고 북한, 미국측과 협의를 하면 어떨까. 먼저 우리가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는 북한주민들의 생존권적 기본권 보장을 위해 김ㆍ노정부 시절 지원했던 수준의 식량지원을 금년 내 실시하고, 미국측은 코로나 방역을 위해 많은 북한주민들에게 제공할 백신을 제공한다는 의사표시를 하면서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초대하면 어떨지. 북한이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대북적대시정책의 철회 모습을 보여주면서 말이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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