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심우도(尋牛圖)'] 이제 소는 우주를 향한다

2021.11.10 06:00:00 13면

 

절집 벽의 심우도(尋牛圖)는 소를 찾는 그림, 불교의 오래된 상징 중 하나다. 상징은 말과 글의 세계, 나아가 문명의 씨앗이다. 소는 ‘인간의 마음’이라고 읽자. 우리 불교와 사상, 정서적 전통에서도 이미지 크다. 만해(卍海) 한용운 선생의 심우장은 ‘소를 찾는 집’이다.

 

뜻 크고 깊은 스님 만해, 아름다운 시 언어로 인류를 가르쳤다. 엄혹한 일제 치하에서 3·1 독립선언에 나섰고, 끝내 그 연꽃 마음 변절하지 않았다.

 

그의 종교의 친정은 인제 백담사다. 만해기념관 부근 계곡은 단풍이 극치여서 찾는 이 더 많았다. 매서우면서도 그윽한 이율배반적인 눈길, 만해 조각상에 마음 숙였다. 저런 스승 있으매 오늘 우리가 이리 당당하리라.

 

마침 이재명 이낙연 두 후보의 재회(再會) 배경 벽면에 우연히 걸린 찾을 尋(심)자 액자에 주목하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우연일까, 허나 중요한 만남의 상징으로 여겨 그 시사(示唆)하는 바를 찾는 것이겠다. 한자가 그림임을 잘 보여주는 글자다.

 

손 모양 계(彐) 아래 만들 공(工)과 입 구(口)다. 다시 쓰면 左(좌)와 右(우)다. 아래는 손목에 점찍은 마디 촌(寸)이다. 암중모색(暗中摸索), 어둠 속 안개바다를 좌우로 손 내밀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발걸음이다. 겨레의 마음을 찾는 것인가.

 

문득, 소와 인간의 동행을 달리 상상한다. 만물의 커다란 집 우주(宇宙)의 宇를 소(牛)와 바꾼다. 심우도는 나도, 아집(我執)의 대상인 소도 없는 일체 무(無)의 세계, 뒤집으면 우주의 영원이다. 바꿔본 심우도(尋宇圖) 또한 아시아의 마음으로 청년의 터전을 확대하는 것이다.

 

이제 청년이 기성세대의 아류(亞流)로 눈치나 살피며 살면 안 된다. 소를 찾건, 우주를 찾건 새 기준의 발견에 나선 우리의 젊음을 지지하자는 그림으로 심우도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

 

우리는 어쩌다 서양 문물(文物)로 잔뼈도 마음도 키웠다. 그들의 이념과 거래의 원칙이 우리의 틀이고 전거(典據·레퍼런스)였다. 15세기 전후 대항해의 시대 이후 해적들의 행진이다.

 

노예경제와 식민주의 약탈이 마천루의 토대였다. 자원독점을 위한 선진국의 억지 의제(議題)를 ‘중동평화’라고 윽박질렀다. 흑인과 아시아를 멸시하며 ‘휴머니즘’이나 ‘르네상스’ 같은 철학도 세웠다. 왜(倭)의 침탈에 의한 겨레의 한(恨)도 같은 맥락이다. 저들이 인류의 기생충이다.

 

아닌 건 아니다. 오늘 우리는 저 문명의 한계를 본다. 저들은 이제 소녀 툰베리의 목청조차 당할 수 없다. 마음 열자. 우리 어진 선배 세대도 이제 심우도를 새롭게 보아야 한다. 하늘 바뀌는데 저따위 자본주의를 마냥 섬길 텐가.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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