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과 청년, 그 사이의 벽을 허물다

2021.11.22 06:00:47 5면

[경기신문 X 동아방송예술대] 대학생 인턴기자단 ②
폐지 수거 노인들의 일자리 연계 사업 프로젝트
펀딩을 통한 사업 확대로 시니어 일자리 확장 기대
2022년 소통의 한해로 발전 희망

경기신문이 동아방송예술대와 업무협약을 맺고 방송보도제작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생 인턴기자단을 운영했습니다. 경기신문이 경기도내 대학과 상생을 위해 마련된 이번 프로그램에서 인턴기자단 소속 학생들은 수업의 일환으로 직접 주제를 정하고 기획을 하는 등 취재 실습을 진행했습니다. 경기신문은 학생들이 작성한 기사 중 우수한 기사 세 편을 선정해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당신은 길을 걷다가 한 번쯤은 폐지 줍는 노인을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들을 마주한 당신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이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혹은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고 생각이 되는가? 이 질문에 명쾌한 해답을 제시해 줄 ‘아립앤위립’이 있다.

 

‘아립앤위립’은 ‘나를 세우고, 우리를 세운다‘라는 뜻으로, 대표적으로 폐지 수거 노인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연계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예비 사회적 기업이다. 이는 고령사회로 접어든 우리 사회에 큰 시사점을 준다. 그렇기에 현재 이 기업을 이끌어나가고 있는 대표 심현보 씨를 만나봤다.

 

 

Q. ‘나’만 사는 사회가 아닌 ‘우리’가 사는 사회

‘아립앤위립’은 심현보 씨의 개인적인 경험으로부터 비롯됐다. 그는 본인의 할머니가 용돈 벌이로 폐지 줍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됨과 동시에, 그의 할머니를 포함한 다양한 노년들이 용돈 벌이를 넘어 생계유지를 위해 폐지 수거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 또한 알게 됐다.

 

그는 사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캠페인 형태로 고물상의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 물과 장갑을 전달했다. 그들이 물품을 자연스레 받는 모습을 보고, 그들에게 근본적으로 필요한 건 건물과 장갑과 같은 물품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구조적으로 폐지 수거 노인들 자체의 삶이 변하지 않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거예요. 제가 이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할 수는 없어도, 비즈니스로 풀어나가는 사회적 경제로는 해결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저희의 가설은 폐지를 수거하는 어르신들의 새로운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폐지를 줍는) 일 자체가 안전하지 않고, 수익 자체가 노동의 양에 비례하지 않아요. 또한, 일을 열심히 한다고 해서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아니에요. 이러한 것들을 생각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서 나온 답이 노년의 일자리 창출이었어요.“

 

그는 서울시의 조사자료, 강동구 주민센터, 복지관 그리고 당사자들인 폐지 수거 노인들과의 인터뷰까지 다양한 자료를 취합했다. 당사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모든 이들이 똑같이 새로운 일자리를 필요로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하지만 마냥 쉽지 않은 것이 이와 관련하여 여전히 상충하는 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노년층 자체가 건강 측면에서든, 여건적으로든 일하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 문제였어요.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 저희의 숙제였고, 여전히 해결하는 과정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요”

 

아립앤위립은 신이어마켙 브랜드를 만들어 노년에게 그림 그리는 활동과 제품 포장 활동을 통해 일자리를 제공하고, 청년들과 소통할 수 있는 플랫폼 등을 제공하고 있다.

 

 

Q. 펀딩으로 시작해 지금의 ‘신이어마켙’ 탄생까지

그는 창업 시작 당시, 준비된 자본도 없었을뿐더러 기업을 홍보할 수 있는 마땅한 마케팅 채널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크라우드 펀딩을 택했다. “(펀딩으로) 제품 제작 비용을 충당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르신들이 그림을 그리고 포장하는 것에 대한 비용 또한 마련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했어요. 펀딩 이후, 얻게 된 마케팅 포인트도 있었고 무엇보다 실현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기회였죠“

 

현재 ‘신이어마켙’이라는 이름이 더 익숙하지만, 본래 ‘인생꿀팁’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됐다. “인생꿀팁은 제가 혼자 기획하고 만들었던 거라 디자인 면에서 최대한 절제되었어요. 저는 경영학을 공부했던 사람이라 디자인에 대해 무지하기도 했고(웃음). 그러던 중 청년과 노년의 결합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그들이 서로 함께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들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죠. 청년들에게 제 메시지를 전하려고 하는데 ‘인생꿀팁’이 잘 와닿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구체화하여 지금의 신이어마켙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신이어마켙’은 시니어라는 표현을 모르는 어르신들의 발음을 그대로 표현한 ‘신이어’, 어르신들 기억에 만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슈퍼마켙의 ‘마켙’이 결합됐다. “저희는 어르신들과 직접적인 소통의 채널이 있을 뿐만 아니라 한 마디로 날 것 그대로예요. 어르신들의 그림과 같이 원화 그대로 사용하는 게 저희만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Q. 청년과 노년, 그 사이의 벽

지난 9월, 아립앤위립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바로 76세 시니어를 정규직으로 채용한 것이다. 청년을 주로 이루는 일반적인 기업에서는 보기 드문 사례이지만, 아립앤위립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어쩌면 그들로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시니어 크리에이터와 관련해 향후 계획을 언급했다. ”추가 채용 계획은 장기적으로 가지고 있어요. 저희는 노년, 그리고 청년이 함께 일하는 것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갈 것이기 때문에 (채용의) 길은 늘 열려있어요.“

 

Q.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이야기를 써내려 갈 아립앤위립

2022년이 두 달 남짓 남은 시점에서 이르지만 세워둔 내년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그는 청년과 노년의 소통이 주가 되는 아립앤위립으로서는 만남의 기회가 적었던 올해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고 답하며, 2022년은 더 많은 소통을 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여전히 지혜가 필요한 것 같아 앞으로 저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있어요. 그리고 함께 하는 구성원들이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가고 싶어요.“

 

[ 경기신문 = 이아현 대학생 인턴기자 ]

이아현 대학생 인턴기자 l2daily@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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