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특별법, ‘대기업‧수도권 논란’ 한가롭다

2021.11.26 06:00:00 13면

반도체는 안보‧경제 ‘게임체인저’다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패권 경쟁의 첨병으로 부상했지만 한 해가 저무는 한국은 경이로울 만큼 여유롭다.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은 자국 및 동맹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자체 공급망 확보를 위해 혈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정부가 올해 약속했던 반도체 산업 지원을 위한 특별법 조차 국회에서 해를 넘길지 모르는 상황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EIP)은 미국과 대만 등 각국 정부가 국립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고 있다며 정부의 시급한 대응을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해 기준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요한 웨이퍼 제조장비는 일본 의존도가 63.2%에 달했다. 또 집적회로 반도체 부품은 미국으로부터 수입해오는 비율이 70.6%다. 일본·중국·미국·대만·베트남 등 상위 5개국이 전체 수입액의 82.8%를 차지한다. 한번 공급망이 흔들리면 어떻게 되는지 최근 요소수 사태에서 지켜봤다.

 

일본은 미국·대만과의 동맹을 통해 한국 반도체 산업을 끊임없이 견제 도전하고 있다. 한국은 반도체 매출 세계 2위, 메모리 1위 강국이다. 하지만 소재‧부품‧장비 등에서 여전히 추격자이고 이를 위한 연구·개발(R&D)이나 고급 인력은 갈 길이 멀다. 반도체가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핵심 산업임에도 국책 반도체 연구소 하나 없고 삼성전자 등 민간 기업이 자체적으로 해외에서 고급 두뇌를 수혈하고 있는 안타까운 실정이다. 

 

중국은 지난해 현지 최초의 반도체 대학인 난징반도체대학을 세웠고 올해는 명문대인 칭화대와 선전 시 선전기술대학 등에서 반도체 대학을 신설했다. 핵심 인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국책연구소 설립 등과 함께 반도체 관련학과 대학원을 신·증설하고, 반도체 전문 대학원을 설립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부 사업으로 연세대가 지난 9월 시스템반도체 융합인력양성센터를 설립해 석‧박사급의 인재를 집중 양성한다. 특히 시스템반도체공학과는 삼성전자와 협력해 올해 첫 신입생을 선발했다.

 

그런데 무엇보다 시급한 반도체특별법은 국회에서 제자리걸음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최근까지 국가전략기술 R&D 비용과 시설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놓고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원대상‧수도권‧대기업 편중 문제 등의 쟁점이 있었다.

 

이렇게 우리가 시간을 보내는 사이 미국, 중국 등은 자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반도체 육성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제2 파운드리 공장으로 확정한 텍사스주 테일러시는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국가들이 정부가 반도체 육성에 발 벗고 나서고 있는 반면 한국은 기업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하는 모양새다.

 

반도체는 이제 단순히 제품이 아닌 안보‧인프라‧원료다. 우주와 AI, 자율주행차, 미사일 등 미래 전쟁의 판도를 좌우할 게임체인저다. 과거 같은 국제분업, 모방경제의 세계화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스스로 최첨단 원천기술로 무장한 강자만이 살아남는 시대다. 반도체 지원을 둘러싼 정치권의 ‘대‧중소기업’, ‘수도권‧지방’ 논란 프레임도 해외에서 보면 한가로운 소리다. 소수 최정예가 끌고 가는 미래경제 흐름을 직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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