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달린' 이봉주 "다시 태어난 기분…모두의 건강 기원"

2021.11.28 13:26:58 10면

희소병 앓는 이봉주, 쾌유기원 마라톤에서 1.2㎞ 달려
"어두운 터널 지나고 있지만 희망 생겨…다음엔 내가 페이스메이커로"

 

'국민 마라토너' 이봉주(51)가 허리를 숙인 채, 뛰고 걷기를 반복했다. 행사 전 예고했던 2.195㎞가 아닌 1.2㎞로 거리를 줄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은 속도도 거리도 중요하지 않았다. 이봉주가 '다시 달리는 모습'에 팬들은 희망을 품었다. 눈물을 흘리며 이봉주와 달린 팬들도 있었다.

 

이봉주는 28일 경기도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이봉주 쾌유 기원 마라톤'에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 사전 신청한 195명의 페이스메이커가 10개 조로 나눠 4㎞씩 총 40㎞를 달렸고, 이봉주가 400m 트랙을 세 바퀴 돌았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육상 3관왕 임춘애 씨의 쌍둥이 아들 이현우·지우 군이 이봉주 양옆에서 달렸고, 전 복싱 세계 챔피언 유명우가 바로 뒤에서 이봉주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1.2㎞를 달린 뒤 가쁜 숨을 몰아쉰 이봉주는 "이유를 알 수 없는 '근육긴장 이상증'이 발병한 지난해 1월 이후 2년 만에 이렇게 긴 거리를 달렸다"며 "오늘은 '이봉주가 다시 태어난 날'이다"라고 활짝 웃었다.

 

그는 "오랜만에 긴 거리를 달리니, 허리와 골반 등에 통증을 느꼈다. 그래도 세 바퀴만은 완주하고 싶었다"며 "함께 뛰어준 모든 분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이봉주는 2020년 1월부터 근육긴장 이상증을 앓았다. 지난해 6월 수술을 받고 '일상생활'을 어느 정도 회복했지만, 아직 허리를 숙인 채 걷는다. 42.195㎞를 완주하고도 두 손을 번쩍 들며 웃던 이봉주의 모습을 기억하는 팬들은 그런 그의 모습을 안타깝게 바라봤다. 육상계는 물론이고 곳곳에서 이봉주의 쾌유를 기원했다.

 

이봉주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남자 마라톤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고, 2000년 일본 도쿄 국제마라톤에서는 2시간7분20초의 한국 기록을 작성하며 '국민 마라토너'로 불렸다. 그는 현역 생활 중 총 41차례 마라톤 풀 코스를 완주했다.

 

은퇴 후 방송에 출연하고, 대한육상연맹 임원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육상을 대중에게 알리는 데 힘썼다.

 

이제 이봉주는 '병마와 싸우는 사람'과도 손을 잡는다. 이봉주는 "내 인생에서 가장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며 "매일 치료받고 있다. 오늘은 여러분이 나의 페이스메이커가 되어 주셨으니, 내년에는 꼭 내가 여러분의 페이스메이커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이미 이봉주의 모습을 보며 힘을 내는 팬도 있다. 전라남도 무안군에서 온 페이스 메이커 오영복 씨는 "나도 운동 장애를 겪고 있다. 이봉주 선수의 모습을 보며 '나도 희망을 잃지 않겠다'고 다짐했다"고 전했다.

 

이봉주는 "오영복 씨를 위해서라도 열심히 치료받고 다시 허리를 펴겠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건강이다.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의 건강을 기원한다"고 바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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