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평화적 흡수통일

2021.12.07 06:00:00 13면

 

몇 달 전 야당 대표가 평화적 흡수통일이 자신의 통일방안이란 발언에 대해 많은 언론에서 비판이 쏟아지자 큰 혼란 없이 유야무야로 끝난 해프닝이 있었다. 근래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의외로 평화적으로 북한을 받아들여(흡수하여) 통일하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느냐, 독일도 그렇게 통일하지 않았느냐는 반문을 하는 분들이 있었다. 오해가 너무 크기에 바른 사실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먼저 ‘평화적’이라는 말과 ‘흡수통일’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 흡수통일은 무력에 의한, 또는 북한자체의 혼란, 붕괴 등을 전제하는 개념이다. 전혀 평화적이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해야 함이 우리 정책의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한반도 평화가 최상의 국익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북한정권이 오래지 않아 붕괴할 것이라는 희망적 기대를 갖는 사람들이 아직도 우리사회에 많이 존재하고 있다. 북한체제, 정권, 주민에 대한 바른 인식이 결여된 탓에 국제제재와 경제적 난관, 코로나 상황 등으로 북한정권이 오래 못 버틸 것이라는 기대 섞인 판단을 하는 것이다.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의 사후 우리나라 북한전문가 설문조사에서 70-80%가 5년 내 북한이 붕괴될 것으로 예측했다. 20%는 10년 내, 1-2명은 20년내 붕괴를 예측했다. 즉 북한전문가 모두가 예측에 실패한 것이다. 2014년 국내 최고 정보기관 간부들의 송년파티장에서 새해 통일원년을 축하하는 건배를 했다고 한다. 김정은 정권이 3-4년 못간다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던 것이다. 10년이 지난 지금 김정은 정권의 안정성은 더욱 공고화되고 경제상황도 우리의 평가처럼 그렇게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는 것도 불편한 진실이다.

 

마지막으로 독일통일의 교훈이다. 1990년 10월 독일이 통일된 것은 동독이 붕괴되어 서독으로 흡수통일이 된 것이 아니라 동독주민의 자유로운 선거에 의한 선택에 의해 서독연방으로 편입되면서 통독을 이룬 것이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으나 진보 보수 정권의 교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대동독 포용정책의 일관성있는 시행으로 동독주민들의 마음을 사서 그들 스스로 자유서독으로 편입되길 희망하게 만든 동방정책의 승리인 것이다.

 

북한이 붕괴되면 통일이 된다는 생각은 너무 유치하다. 북한을 객관적으로 보고 주변 국제상황을 올바로 판단한다면 북한의 붕괴가 통일로 이어질 수 없음은 자명하다. 오히려 현 상황에서 북한 붕괴 사태가 발생한다면 아마도 북한은 중국을 선택할 것이고 한반도 북부는 우리의 역사에서 멀어지는 불행이 찾아올 수도 있다. 과거 통일신라시대와 후삼국시대를 겪으면서 고구려의 방대한 지역이 우리 역사에서 사라지리라고는 당시 우리 선조들은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냉정하다. 준비되지 않은 자에게 꿈은 한낱 헛것에 불과하다. 그래서 지속적인 교류협력이 중요하고 북한주민의 마음을 사기위한 넓은 마음의 정책이 긴요한 이유이다. 무너진 남북간 신뢰를 다시 쌓아 교류와 협력을 재개하고 평화정착을 이루어 남북의 경제공동체 사회공동체를 이루어 오래지 않아 민족통일을 이룰 날을 꿈꾸어 본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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