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행 칼럼] 민주당이 죽어가고 있다

2021.12.09 06:00:00 13면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 토트넘의 새 감독으로 콘테가 부임하고 나서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된다. 가장 큰 특징은 모든 선수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는 점일 것이다. 전전 감독이었던 세계적 명장 무리뉴는 선 수비 후 역습을 즐겨 사용했기 때문에 수비수와 스피드 좋은 공격수가 중용되는 구조였다. 모든 선수들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없어 번번이 지고 말았다. 반면 콘테 축구는 올라운드 플레이기 때문에 포지션에 상관없이 선수 개개인 모두가 중용된다. 어떤 상대를 만나더라도 쉽게 지지 않는 축구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뜻할까? 구성원들의 능동적이고도 창의적인 협력이 최고의 경쟁력을 가져온다는 상식이자 진리 아닐까? 역사 속에서 이런 사례는 차고 넘친다. 하나만 들어보자. 고대 도시국가 아테네가 당시 거대한 제국 페르시아와 맞서 싸워서 대승을 하게 된 결정적 요인은 전제정치체제에서 벗어난 시민들이 자신들을 지키기 위한 싸움으로 인식해 올라운드 플레이를 펼쳤기 때문이다. 우리가 여기서 얻는 교훈은 너무 뻔하지 않는가?

 

우리는 지난 80년대 민주화의 격랑 속에서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라는 통찰을 얻었다. 이는 우리가 모르는 사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독선과 아집에 맞서는 힘이 되고 있다. 수구 세력들조차 이 통찰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대선을 불과 몇 개월 남겨놓은 시점에서 민주당이 보여주는 일련의 행동은 눈을 의심하게 될 정도로 저 통찰에서 벗어나 있다. 사람들이 협력하는 풍경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개인들이 제멋대로 개인기를 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대선 후보는 대선 후보대로, 당대표는 당대표대로, 국회의원은 국회의원대로 나서니 도대체 민주당이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인지 종잡을 수 없다. 후보가 뜬금없이 윤석열 사태를 조국의 잘못인 양 몇 차례 사과하지를 않나, 군 출신 여성을 공동 선대위원장 자리에 앉혀놓고 논란이 일자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어디 이뿐인가? 민주당 누리집 게시판도 좀 시끄럽다고 일방적으로 폐쇄했다. 민주주의의 근간인 언로를 막는 행위는 기업이나 수구 정당도 쉽게 하지 않는 일이다. 민주당 구성원들의 다양한 의견을 모아 수구 정당에 맞서도 부족할 판에 아예 묵살하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인가? 급기야 민주당은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당원이자 복지 전문가 제주대 이상이 교수를 중징계하기에 이른다. 이는 최악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민주' 없는 당으로 전락해가고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당의 주인인 당원들을 내리치면서 어떻게 민주주의를 실현시킬 것이며 표를 얻겠다는 것인가? 민주당의 위기는 당원과 지지자, 국민의 유기적 협력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데서 오는 필연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민주적 사고의 빈곤이다. 쌍방이 아닌 일방으로, 축구로 말하면 롱패스 한 방으로 무언가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기회주의이자 독재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민주당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이재명 자서전을 읽으며 그를 연구할 게 아니라 구성원들이 무엇을 원하고 있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지 머리 맞대고 짜내는 게 아닐까?

 

이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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