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기술냉전 격화와 시대착오적 한국

2021.12.15 06:00:00 13면

 

一路平安(일로평안)을 희구하면서 시작된 2021년도 결코 평안하지 못한 한 해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있다. 금세 잡힐 듯했던 코로나는 변이가 변이를 낳으면서 위기에 위기를 겹치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무역에서 시작된 강대국 간의 사활을 건 패권경쟁은 전방위로 전선을 넓혀가고 있다.

 

첨단 기술과 자원이 국제사회 헤게모니를 좌우하는 주요 요인으로 부상하면서, ‘기술냉전’ ‘기술패권’ ‘기술주권’ ‘디지털 냉전’ 등이 낯설지 않은 용어가 되어가고 있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미·중 기술패권경쟁은 점입가경이다.

 

미국은 어떤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디지털 만리장성’을 쌓아 첨단기술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봉쇄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중국도 ‘반도체전문대학’도 설립하는 등 반도체의 설계, 제조, 조립, 시험 중 길목이 되는 기술 우위 확보에 부심 중이다. 일본 역시 경제안보 담당관을 신설하고 첨단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경제안전보장법’을 추진하는 한편, 양자컴퓨터 개발· 인공지능 로봇개발과 같은 경제 안전보장과 직접 관련 있는 개발 프로젝트 참여 연구자들이 해외 정부 및 기관의 지원을 받고 있는지도 의무적으로 공개토록 하는 지침까지 마련하는 등 ‘기술 쇄국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유럽 각국들도 이에 질세라 반도체와 데이터, 그리고 강력한 제조기반 구축을 위해 경쟁전선에 가세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실상은 어떤가. 정부는 반도채, 소부장, 5G 등 국가경쟁력을 뒷받침할 3대 전략기술 분야를 발표하고 핵심 기술 65개를 선정하는 한편, ‘대외경제안보전략회의’ 구성 등과 같은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미덥지 못한 측면이 많다. 프랑스가 원전 확대를 선언하는 마당에도 ‘탈원전’이라는 시대착오적 정책을 고수하는 등 국가정책을 이념의 잣대로 재는 행태가 변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의 지적은 뼈아프게 새겨할 대목이 많다. “기술 패권, 기술 주권을 이끌어가야 할 과학기술자들은 그냥 채찍질 앞에 내몰리고 있는 양떼들의 신세다. 정부는 선진국의 정책을 베껴 모방형 정책을 제시하면서, 현장의 연구자들한테는 선진 창조형 연구결과를 내놓으라고 아우성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정치공약이 나라를 말아먹고 있다. 공약방지법, 캠프금지법을 만들자.”

 

이 같은 상황에서 교육부의 시대착오적 교육 과정 개편안은 실소를 넘어 분노를 자아낸다. 앞서 언급했듯이 첨단 기술력 확보 없이는 주권도 흔들리는 시대로 가고 있는데도 수학과 과학 과목 비중을 줄이고, 민주시민교육을 확대하겠다는 발상은 몇 백번을 되새겨봐도 이해할 수 없다. 사변론자를 양성해서 무엇에 쓰겠다는 것인가. 이런 교육과정에서 무슨 노벨상을 바랄 수 있는지 한심한 생각뿐이다.

 

국제사회를 냉철하게 보는 안목과 과거보다 미래를 지향하는 과학기술적 사고가 지배적 담론으로 정착될 때 대한민국호는 한발 더 도약할 것이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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