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의 시시비비] 또 ‘떳다방’ 선거?

2021.12.22 06:00:00 13면

 

 

 

의복문화가 ‘맞춤복’ 시대에서 ‘기성복’ 시대로 급변해온 역사는 자본주의 번영의 상징이죠. 주변에서 ‘맞춤복이 기성복보다 낫다’는 인식은 이제 사라졌어요. 큰돈을 들이더라도 제대로 된 맞춤복 한 벌 장만해서 오래도록 입는 게 지혜였던 시대에서, 괜찮은 기성복 마련해서 적당히 입다가 새 옷 사 입는 게 미덕인 시대로 바뀐 거죠. ‘요새는 기성복이 맞춤복 못지않게 잘 나온다’는 말도 심심찮게 나돌잖아요.

 

이런 시대변화 때문일까요. ‘새것’을 너무 좋아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어요. 쉽게 ‘새것’을 손에 쥘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도 바뀐 것이죠. 이런 사회적 현상에 영악하게 편승한 게 정치권에 등장하는 ‘새 인물’ 영입 경쟁이에요. 대선·총선·지방선거 가릴 것 없이 각종 선거에서 새 얼굴을 선보여 표심을 홀리려는 시도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어요.

 

내년 3월 20대 대선을 앞두고 펼쳐지는 여야 정치권의 선거전에 토라진 청년·여성들의 표를 훔치기 위한 인재 쟁탈전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군요. 새 물을 끌어들여 썩은 담수(潭水)를 정화하는 시스템을 시비할 이유는 없지요. 하지만, 선거철마다 경쟁적으로 꾀해지는 ‘새 얼굴’ 영입전은 조잡한 이미지 정치의 소산이에요. 오직 대중적 인기에 포커스를 맞춰서 반짝 쇼를 추구하다 보니 망신살이 뻗치기도 하네요.

 

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으로 영입되었던 조동연 서경대 교수가 사생활 논란을 견디지 못하고 사퇴했죠. 국민의힘 윤석열 선대위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선임된 노재승 블랙트라이브 대표가 과거 발언이 문제가 되어 도중 하차했어요. 선거 때 일회용으로 써먹고 소비하려는 천박한 정치문화로부터 파생된 이런 해프닝으로 망가지는 명망가들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네요. 애먼 국민이 겪는 마음고생 같은 사회적 비용은 또 얼마인가요?

 

총선과 지방선거는 ‘4년 장’, 대선은 ‘5년 장’에 해당하는 ‘떳다방’이라던가요? 정치권에 새 인물을 수혈하는 방식이 아직도 이렇게 유치하다는 건 우리 정치문화의 커다란 고질병이에요. 사회유망주들 사이에서는 장이 서지 않는 평상시에 정치권에 들어가는 것은 바보짓이라는 인식까지 팽배해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군요. 정상적인 입당과 훈련과정은 모두 생략한 채 ‘떳다방’ 방식으로 정치권에 깜짝 등장하는 게 유리한 이런 환경이 어떻게 정상인가요?

 

인기 있는 신규아파트 분양 장터에 나타나서 프리미엄 장난질로 한바탕 치고 달아나는 복덕방 ‘떳다방’도 그렇고, 짧은 기간 일정한 장소를 빌려 손님을 호객한 다음 건강식품 등을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팔아 치우고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가짜약장사 ‘떳다방’ 범법은 이제 거의 없어졌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정치권의 한심한 ‘떳다방’ 선거는 개선되지 않는 건가요? 저질 정치꾼들의 횡포 앞에서, 우리 유권자들은 대체 언제까지 이렇게 봉 취급을 당해야 하나요?

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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