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러시아는 과연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

2021.12.31 06:00:00 13면

 

다사다난했던 2021년을 보내는 이즈음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대규모 군사력을 집결시키고 미국과 NATO에 사실상의 최후통첩장을 날리면서 일촉즉발 결전의 위기감을 높이고 있다. 자국의 외교부 홈페이지에 요구조건을 공개하는 매우 이례적인 방식을 택함으로써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고 있다. 심지어 1997년 이전의 NATO로 되돌아가는 요구조건은 너무 과하여 미국과 NATO가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인다. 2008년 조지아 전쟁, 2014년 크리미아 병합 및 우크라이나 돈바스 반군 지원 사건 등 러시아의 과거 행동은 전쟁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감을 높인다. 과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할까? 

 

필자는 감히 예단컨대 대규모 침공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주된 이유는 푸틴의 대외 정책의 기조가 군사력을 앞세우는 ‘지정학 전략’보다 비용효율성을 중시하고 군사력을 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지경학 전략’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언뜻 보기와는 달리 푸틴은 비용효율성을 중시하는 지경학 전략을 영리하게 운용함으로써 상당한 대외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것은 그의 장기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08년 조지아와의 전쟁에서 성공한 요인은 세 가지이다. 첫째, 조지아가 NATO 회원국이 아니기 때문에 NATO의 군사적 개입을 우려하지 않았고, 둘째, 조지아의 군사력 또한 매우 허약하여 손쉬운 승리를 예상하였기에 비용 대비 이익이 컸다. 셋째, 조지아가 먼저 남오세티야를 공격하였기에 거주하는 러시아 민족을 보호한다는 명분까지 갖추었다.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의 반군 지원 사례도 조지아와의 전쟁과 유사한 조건을 갖추었다. 우크라이나 또한  NATO 회원국이 아니었고, 크림반도에는 이미 러시아군이 주둔하고 있었으며, 크림반도의 주민 대부분과 우크라이나 돈바스지역 주민의 상당수가  러시아 민족이었다. 게다가 친러정권이었던 야누코비치 정권을 축출한 유로마이단 혁명이 명분을 제공하였다. 비록 사후에 서방국가로부터 경제제재를 받게되었지만 그로 인한 손실보다 이익이 훨씬 컸다. 

 

러시아가 개입할만한데도 개입하지 않은 반대 사례에서도 러시아의 비용효율성 중시전략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2007년 에스토니아가 소련 청동군인 동상을 철거한 사건에 대하여 러시아는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에스토니아는 당시 NATO 회원국이었다. 또 2010년 6월 키르기스스탄 남부지역에서 우즈베키스탄계 주민들과 종족충돌 사건이 일어났을 때 키르기스스탄이 러시아에 지원을 요청했음에도 러시아는 개입하지 않았다. 개입 비용에 비하여 이득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상 살펴본 분석에 비추어 현재의 우크라이나 사태를 살펴보자. 우크라이나는 여전히 NATO 회원국이 아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2014년 이후 미국과 NATO의 군사적 지원 확대 덕분에 우크라이나군의 전력은 과거와 달리 매우 강화되었다. 또 우크라이나 국민들의 강화된 국가정체성은 대러시아 응전 결의를 높여주고 있다. 현재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지 못한 사실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비록 NATO가 개입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거론되는 대러시아 경제제재의 수준은 매우 높다. 즉 국제무역결제스스템을 관장하는 스위프트(SWIFT)에서 축출, 루블화의 환전 금지, 최근 완성된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의 개통 보류 등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은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크다. 더군다나 2014년 유로마이단 혁명과 같은 개입 명분도 찾기 어렵다. 러시아의 섣부른 군사행동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악몽을 다시 현실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푸틴은 구소련이 붕괴한 주된 요인 중 하나였던 아프가니스탄 침공 실패의 교훈을 잊지 않고 있을 것이다.  더욱이 러시아의 군사력을 포함한 종합국력은 아직 미국 및 NATO와 대적할만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푸틴은 지경학 전략 기조, 즉 보수적인 대외 군사력 운용 전략 하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선제적으로 돈바스 지역 반군과 대형 교전을 벌이지 않는 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푸틴이 이번 군사행동으로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우크라이나, 조지아를 비롯한 과거 구소련권에 속하였던 주변 국가들의 추가적 NATO 가입을 저지하는 것일 것이다. 부수적으로 친러국가인 벨라루스에 군사력을 배치할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행동 범위는 구소련 당시의 세력권내에서 제한적이고 신중하다. 러시아의 행위를 중국의 행위와 연계하여 신냉전의 도래를 말하는 것은 성급하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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