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군사주권도 없는 나라가 국가인가

2022.01.10 06:00:00 13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시절 한국군 작전통제권을 미국으로부터 되가져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취임 이후 몇 차례 협의 끝에 지난해 다시 작전통제권 반환을 몇 년 뒤로 미루는 결정을 하고 말았다.

 

작전통제권 반환이 현재로선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가장 큰 걸림돌은 한미상호방위조약과 그 부속문서인 SOFA(주한미군지위협정·Status Of Forces Agreements)이다. 방위조약은 한국전쟁 발발과 함께 이승만 당시 대통령이 미국에 모든 군사주권을 통째로 넘긴, 지상에서 가장 해괴하고 굴욕적인 주권포기행위였다.

 

자기 군대를 스스로 지휘 통제하지 못하는 국가, 이게 과연 나라인가? 군사주권을 잃어 청일, 노일 전쟁이 이 땅에서 벌어지는 바람에 우리 민족이 최악의 참화를 당해야 했던 구한말 상황은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조약 4조는 “...미합중국의 육, 해, 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수락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한마디로 우리 정부의 동의 없이 미국이 자신의 군사력을 한반도와 그 주변에 배치할 ‘무한 권리’를 명문화하고 있다. 더 극악한 독소조항은 SOFA로 더 심각한 불평등 규정으로 가득하다. SOFA는 조약 4조에 따른 시설과 구역 및 대한민국에서의 합중국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으로서, 미국이 요구하는 주한미군의 기지와 시설을 모두 한국이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과, 한반도에 중국까지 겨냥한 무기를 반입하고 전개, 증강하는 모든 군사적 행위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일절 간여할 수 없는. 일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전 세계 최대의 기지가 평택에 세워지고, 얼마 전 사드 배치를 미국 의도대로 마무리한 것, 그리고 반환 협상이 진행 중인 숱한 미군 기지들의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미국의 완전한 책임 면탈권, 이 모든 것이 이 조약과 협정에 근거한 미국의 ‘정당한 권리’인 것이다. 따라서 부산 미군기지로 반입돼 반인도적 문제로 말썽이 일었던 독극물의 화학무기 제조 및 실험에 대해서도 우리 정부는 아무런 시정조처를 내릴 수 없는 것이다.

 

특히 미국 전략물자의 전개는 가장 심각한 안보위협이다. 트럼프 대통령 시절 미국은 북한핵 개발을 막겠다며 한반도 상공에 항공모함과 B2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대규모의 최강 무기를 띄워 극도의 긴장감을 고조시킨 바 있다. 이 민족절멸의 위기 순간에도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군사적인 자주적 조처는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이고 경제개발협력기구가 인정한 선진국이 되었으면 무슨 소용인가? 미 군사력 한방이면 잿더미가 될 수 있는 상황이다.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현 상황에 우리의 군사주권 회복은 민족의 생존을 위해 무엇보다 시급하다. 최소한 미국이 독일과 일본 등과 맺은 수준의 대등한 조약으로의 개정이 절실한 것이다. 이 엄중한 상황임에도 우리 유력 대선 후보들은 작전통제권 반환에 관해 이렇다 할 청사진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 어찌 통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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