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스타의 스타트랙] 몽(夢)

2022.01.10 06:00:00 13면


인큐버스(Incubus). 
‘악몽’, ’큰 걱정거리’라는 뜻 그리고 ‘신화에서 전설적으로 내려오는 잠든 이의 정기를 뺏어가는 악령’을 말한다.
 
신화에 관심 있거나 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여성의 모습을 한 서큐버스와 더불어 악령의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겠지만,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그 이름을 가진 미국 캘리포니아 출신의 밴드가 우선될 것이다. 

 

2004년 서울 올림픽홀에서 열린 인큐버스 단독 공연에 다녀왔을 때였다. 공연이 끝나고 여태껏 내한한 밴드 중 가장 완성도 있는 사운드를 들은 것 같다며 일행과 입을 모아 칭찬했던 기억이 있다. 무대 위의 밴드에 미안할 정도로 관객은 적었지만, 공연 내용은 탄탄했고, 꽉 찬 사운드와 연주가 주는 매력으로 인하여 다시 한번 그들의 팬이 되어버렸다. 이후로도 그들은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사운드 스펙트럼으로 큰 사랑을 받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록밴드가 되었다.
 
이들의 발표작 중, 오랜 공백기 끝에 2011년에 발표된 'If Not Now, When?'이라는 타이틀의 앨범이 있다.


당시 줄타기를 하는 사람의 사진을 커버로 한 이 앨범을 받아든 나는, 도전적인 앨범 타이틀만큼이나 그간의 공격적인 사운드의 연장선을 기대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그들은 그동안의 날이 선 모습과는 동떨어진 관조적이고 차분한 사운드로 일관했다. 물론 그들이 가진 색깔 중에 이런 느낌을 좋아하던 사람들도 있었겠지만, 대다수의 팬은 시니컬한 분위기의 날카롭고 공격적인 그들의 모습을 원했던 것일까, 이 앨범은 전작들에 비교해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아마도 이미 머릿속에 자리 잡은 예전 'Pardon Me’, ‘Anna Molly’와 같은 강렬한 곡의 향수에 반하는 사운드를 냈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예로 세계적인 밴드인 메탈리카(Metallica)의 경우, 셀프 타이틀 앨범인 <Metallica>가 발표되었을 때 많은 골수팬은 당시 프로듀서였던 밥 록(Bob Rock)과 메탈리카를 비난했다. 밥 록이 프로듀싱을 한 이 앨범이 과거의 앨범들보다 사운드 면에서도 정제되었고, 곡의 구성 역시 대중적으로 변함과 동시에 매끈해졌기 때문이었다. 메탈리카를 세계적인 밴드의 반열에 올려놓은 그 앨범이 거둔 크나큰 성공 뒤에도 그런 논쟁은 계속되었으니, 이는 과연 어떻게 해석을 해야 옳을까 싶다.
 
음악적 스타일을 구축해가는 시점에서의 갈등은, 간혹 유행의 변화 즉 커다란 씬 자체의 이동이 주는 혼란과 같은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첨가되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유발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뮤지션은 이름이 알려지고 성공을 거뒀을 당시의 음악 스타일과 다른 결과물을 내놓았을 때, 이러한 진통을 겪는다. 다만 요새는 앨범보다 싱글 위주의 시장이기에, 변화의 속도 면에서 예전보다 탄력적이 되었으므로, 그런 분기점을 조용히 지나가기도 하는 것 같다.
 
예상과는 빗나갔지만, 나는 인큐버스의 'If Not Now, When?' 앨범을 그들의 어떤 앨범보다 많이 들었다. 과거의 하이브리드록 혹은 뉴 메탈이라 규정되었던 대표곡들과 이질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앞으로의 방향성을 상상해보며 꽤 오래 감상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익숙하지 않은 것 이면의 모습에서 배어 나오는 또 다른 매력이 즐거웠다.

 

세상은 점점 규격화돼가지만, 적어도 음악 안에서는 창작자와 청자 모두 여유 있고 자유로웠으면 한다. 결과물에 대한 평가와 피드백은 천천히 곱씹어 맛보고 난 뒤에도 늦지 않다.

손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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