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행 칼럼] 한국사회 전면에 선 20대

2022.02.10 06:00:00 13면


 

 

 

한국의 20대가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대통령의 인사권을 무력화한 이른바 윤석열 사태 정국이 아닌가 한다. 당시 검찰의 선택적 수사에 분노한 시민들은 대규모 촛불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20대는 생뚱맞게도 공정을 외쳤다. 조국 씨 부부의 자녀 스펙 쌓기야말로 우리 사회가 불공정하다는 증표라는 것이었다.

 

일각에서는 기성 언론이 정권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낯선 언어인 공정을 내세웠는데 소가 뒷걸음질하다 쥐 잡는 격으로 예기치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무튼 20대가 부르짖은 공정은 한국 사회의 키워드로 급부상했다. 공정이 모든 영역으로 파고들어 20대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는 이즈음이다.

 

하지만 이는 20대의 출현 그 서막에 불과한 것인지 모른다. '공정 사건' 이후부터 그들이 선거의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아 기성세대의 판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대 대선 후보 지지율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는 20대 존재감으로 정리된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헤럴드경제 의뢰로 지난 2~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20대의 국민의힘당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53.7%로 과반을 넘었다. 리서치뷰가 UPI뉴스 의뢰로 지난 1∼3일 동일 조건의 조사에서도 20대의 윤 후보 지지율은 51%를 기록했다. 반면에 두 조사에서 20대의 민주당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20% 선이었다.

 

20대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기성세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역 편차가 크지 않다는 특징도 나타나고 있다. 역대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율이 80% 이상이었던 광주 전라지역에서 이재명 후보가 60%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20대의 반란 때문이다. 이는 20대가 기성세대의 가치를 부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동시에 지역을 떠난 세대 공감 결속도가 견고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민주화 운동 세대인 40·50대의 대선 후보 지지율과 비교하면 20대의 자기정체성이 더욱 뚜렷해진다. 20대의 지지율은 40·50대와 정반대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두 조사에서 40·50대의 이재명 후보 지지율은 각각 54.35%, 43.5%로 과반을 넘거나 육박했다. 이쯤이면 20대가 선거의 변수에서 상수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해도 무방하다.

 

우리 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은 민주화 운동 세대를 거부하면서 동시에 군사독재정권의 유산인 지역감정을 가볍게 따돌리며 자신들만의 정서로 정치 세력화한 20대는 분명 한국 사회의 문제적 주인공이다. 이들의 몸부림 자체가 하나의 대사건이다. 그런데도 한국 사회는 여전히 이들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민주화 운동 세대 등장 당시의 사회 분위기를 상기하자. 기성세대는 그때 20대에게 '빨갱이' 등 온갖 딱지를 붙이지 않았던가. 지금 기성세대는 그때와 마찬가지로 자신들만의 시각으로 20대에게 온갖 딱지를 붙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한국 사회는 이미 다양성의 사회로 이동했다. 그런데도 하나의 가치를 강요한다면 시대착오가 아니고 무엇일까?

 

 

이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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