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행 칼럼] 악마적 프레임의 대선

2022.03.17 06:00:00 13면

 

 

제20대 대선 마지막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대장동 특검'을 해야 한다며 몰아붙였다. 무려 다섯 번이나 대답할 것을 재촉했다. 이 장면만 보면 단군 이래 최고의 부동산 사기사건인 대장동의 몸통이 윤 후보일 것이라는 심증이 굳어질 만 하다. 따라서 이 장면은 이 후보에게 대선 토론의 가장 눈부신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힘입어 이 후보 쪽은 윤 후보를 아예 대장동 몸통이라고 못을 박았다. 때 맞춰 대장동으로 구속 수감 중인 김만배 씨와 전 언론노조위원장인 신학림 씨 간 6개월 전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었다. 김 씨가 검사였던 윤 후보에게 대장동 불법 대출에 관한 무마를 관철시켰다는 것이 요지였다. 민주당은 이 녹취록을 SNS에 도배질 하다시피 했다. 이 후보 명의의 모바일 문자로도 녹취록을 무차별적으로 뿌렸을 정도였다.

 

민주당 프로파간다 김어준 씨의 활동무대인 TBS 애용 리얼미터 대선후보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는 윤 후보에게 1~5% 뒤지고 있었는데 대선 결과는 불과 0.73%로 좁혀졌다. 이에 대한 분석은 보는 각도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대장동 몸통은 윤석열'이라는 민주당의 프레임도 한몫했다는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을 듯하다.

 

대장동은 이번 대선을 삼키기에 충분한 가장 큰 이슈였다. 누구나 지적하고 있다시피 부동산 문제는 한국 사회의 뇌관이다. 살인적 양극화 사회에서 부동산은 그 정도를 더욱 심화하는 치명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대장동은 한마디로 한국 민초들의 역린을 건드린 부동산 대 사기사건인 것이다.

 

대장동에 관한 국민들의 여론은 들끓었다. 한때 이재명 후보의 책임론이 70%에 육박하기까지 했다. 이 후보가 대장동의 설계자이자 인허가권자, 사업시행 인사권자, 관리감독권자라는 상식을 반영한 것이었다. 대장동은 이 후보의 아킬레스건이 되었다. 이 때문에 이 후보의 프레임 전략은 오로지 이를 불식시키는데 집중돼 있었다.

 

대장동 사건은 '윤석열 몸통'으로 옮겨가면서 선거일 막바지에 이르러 정점을 찍었다. 이 후보 쪽 프레임이 상당 부분 먹혔음은 여론조사 결과가 뒷받침한다. 선거 며칠 앞두고 이 후보 책임론은 70% 선에서 50% 선으로 내려앉은 반면 윤 후보 책임론은 40% 선까지 치솟았던 것이다.

 

대장동 사건은 이 후보에 따르면 윤 후보가 몸통이고, 윤 후보에 따르면 이 후보가 몸통이다. 그런 만큼 한 사람은 형사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경실련 추정에 따르면 대장동은 무려 1조6천억 원이 불법적으로 브로커들 손에 들어간 대형 범죄사건이다. 그런데 이 사건이 대선 과정에서 정치적 프레임으로 변질되었다. 팩트 대신 덧씌우기만 나부끼고 있었던 것이다.

 

프레임을 체계화한 미국의 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는 한국 제20대 대선의 추악하기 짝이 없는 프레임을 보며 혀를 내두르지 않았을까? 두 후보 중 한 사람은 곧 추락하게 돼 있다. 이는 물리적 죽음이 아니라 형사적·정치적 죽음이다. 특히 악마적 프레임의 죽음이기도하기에 우리는 크게 환영해야 하지 않을까?

 

이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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