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징검다리] 서울대, UCLA, 스탠퍼드대

2022.03.21 06:00:00 13면


 

뉴욕타임스의 기회균등연구프로젝트 덕분에 미국의 모든 대학에 대해서는 학부모집단의 경제다양성과 졸업동문의 경제이동성에 관한 몇 가지 정보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다. 첫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대학별로 재학생들의 경제적배경이 어떤지를 보여주는 소득계층별 접근성 정보다. 연구진은 1991년에 태어나 2013년에 대학을 졸업한 학생의 부모가 2013년에 국세청에 제출한 소득신고서를 익명으로 제공받아 정리했다. 먼저 검색대상 대학의 2013년 현재 졸업반 학생들의 중위가족소득액이 제시된다. 그리고는 그 학생들 가운데 2013년의 소득상위 0.1%, 1%, 5%, 10%, 20% 출신이 각각 얼마나 되며 하위 20% 출신이 얼마나 되는지를 알려준다.

 

두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34세 졸업동문의 소득수준정보(중위소득 및 동년배 중 소득상위1%, 5%, 10%, 20% 진입비율)로서 대학교육의 경제적 결과를 보여준다. 34살 졸업동문의 소득수준을 조사한 이유는 그 이후로는 소득분위가 유의미하게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 검색가능정보는 경제이동성과 관련된 두 개의 정보다. 하나는 34살 졸업동문 중 소득5분위 기준으로 본인의 출신분위에서 2분위 또는 그 이상을 상향 이동한 비율, 다른 하나는 가난한 1분위에서 부유한 5분위로 수직 점프한 비율이다. 졸업동문의 소득수준 및 이동성 조사는 1981년에 태어나서 2015년 현재 34살이 된 졸업동문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나는 여기서 캘리포니아 주의 사립명문 Stanford대(전미 공사립대 6위)와 공립명문 UCLA(전미 공립대 1위, 전미 공사립대 20위)의 경제다양성 및 이동성 정보를 비교하며 함의를 도출하고자 한다. 뉴욕타임스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스탠퍼드 졸업생 가구의 중위소득은 167,500달러였다. 소득상위 0.1%출신이 3.5%, 상위1%(연소득 63만 불 이상)출신이 17%, 상위5%출신l 39%, 상위10%출신이 52%, 상위20%(연소득 11만 불 이상)출신이 66%였다. 하위20%출신은 4%. 결과적으로 중산층(2,3,4분위)출신은 30%에 지나지 않고 상위1%출신이 하위50%출신보다도 많았다.

 

스탠퍼드대 못지않은 최상위권 대학 UCLA는 달랐다. 부모의 중위소득은 10만4900달러로 스탠퍼드대의 62.6% 수준이었다. 소득상위1% 출신이 4.2%(스탠퍼드 17%), 상위5%출신이 20%(스탠퍼드 39%), 상위10% 출신이 33%(스탠퍼드 52%), 상위20% 출신이 48%(스탠퍼드 66%)로 스탠퍼드대에 비해 부유층 편중도가 크게 낮았다. 하위20%출신도 8.3%(스탠퍼드 4%)로 스탠퍼드대의 2배가 넘었다. 5분위 소득분포에서 출신분위보다 두 단계 이상 뛰어오른 학생비율도 24%로 스탠퍼드대 12%의 두 배다. 참고로 스탠퍼드대는 학부생의 40%가 캘리포니아 주 출신인 반면 UCLA는 75%라는 점도 크게 달랐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UCLA는 스탠퍼드대 못지않은 최고수준의 고등교육을 제공하면서도 캘리포니아 주 학생들에게 상향이동성의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 UCLA외에도 UC계열대학(버클리, 어바인,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데이비스, 산타바바라, 리버사이드)들이 모두 그렇다. 우리나라에는 최고수준의 교육을 자랑하면서도 상향이동성에 기여하는 국공립대학이 전무한 게 문제다. 서울대는 공립대학인데도 고소득층 출신학생 비율이 연고대보다도 높다. 경제다양성 측면에서 굳이 비교하자면 서울대는 UCLA보다 스탠퍼드대에 더 가깝다.

 

이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공립 서울대가 사립명문 Stanford대보다 공립 UCLA를 닮아야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좋은 대학을 많이 만들어야 할 뿐 아니라 그 좋은 대학들 가운데 적어도 절반이상은 학문발전뿐 아니라 계층이동에도 앞장서는 UCLA형 국공립대여야 한다. 각 시도마다 최고수준의 국공립대가 있으면 굳이 명문대를 찾아 지역을 떠나지 않아도 돼 지역균형발전도 도모할 수 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뉴욕타임스가 제공하는 미국대학들의 경제다양성과 이동성 정보를 우리나라대학들이 매년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법제화하는 일이다. 진실의 문이 열려야 정의의 문이 열리기 때문이다.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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