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되새겨야 할 서주(西周) 포사(褒姒)의 교훈

2022.03.25 06:00:00 13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집무실의 국방부 청사 이전을 밀어붙이는 자세를 둘러싸고 비판이 거세다. 대통령의 광화문 시대를 열겠다는 공약을 내세우고 당선 직후 느닷없이 용산으로의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후보 시절 이전부터 일방적으로 그를 띄웠던 극우언론마저 ‘소통을 위한 이전’이 아니라 ‘이전을 위한 소통’부터 하라며 싫은 소리를 쏟아 붓는다. 집무실 이전에 대한 반대 여론이 58% 이상 나온다니 앞으로 그가 펼칠 국정운영이 더 걱정이다. 도대체 누구 말을 듣고 이처럼 서두르는가?

 

울진 삼척 일대 큰 불로 삶의 터전이 잿더미로 변해버린 이재민들, 코로나 환국으로 장사가 안되어 삶의 의욕을 잃어버린 소상공인들에게는 이런 그의 모습이 과연 어떻게 비춰질까? 

 

사마천이 쓴 사기(史記)는 중국 역사에서 춘추시대(기원전 770년)의 개막 시점에 西周 몰락의 주인공으로 한 여성을 지목해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절세 미인인 포사(褒姒)가 장본인인데, 서주 유왕 때 포로로 잡힌 사람들을 송환받기 위해 포 나라가 바친 여성이었다. 이 여인은 왕의 총애를 받았지만 도통 웃지를 않았다고 한다. 어쩌다 한번 웃음이라도 지을 때면 왕은 넋이 나갈 만큼 기뻐했다고 한다. 갖은 방법을 다 써 봐도 소용없던 그녀가 어느 날 실수로 피어오른 봉화를 보고 크게 웃었는데, 이는 왕궁의 소동을 보고서였다. 주변 제후와 군사들이 허겁지겁 달려와 허둥대다가 실수로 인한 봉화였음을 알고 허탈해하는 모습에 어처구니가 없었던 모양이다. 이를 본 유왕은 그 뒤 포사의 웃는 모습을 보려고 심심찮게 봉화를 올렸다. 포사에게 푹 빠진 유왕은 조강지처인 왕비와 태자마저 폐하고 포사와 그녀 아들을 왕비와 태자로 삼았다.

 

그러자 폐비 아버지가 격분해 군대를 이끌고 쳐들어왔고, 다급해진 유왕은 급히 봉화를 올렸지만 누구하나 달려오지 않아 결국 붙잡혀 살해되고 만다. 전쟁에서 승리한 아들 평 왕이 도읍을 동쪽(지금의 하남성 낙양 부근)으로 옮겼기에 이때부터를 우리는 東周 시대라고 부르는 것이다.

 

政治는 ‘바르게 다스리다’는 뜻의 한자어이다. 선거 압승으로 당선된 이도 전 국민의 대통령이 될 것을 자임하고 반대 여론을 경청하겠다는 것이 시대의 흐름이 아닌가? 하물며 ‘깻잎 표차’로 당선된 처지에 안전보장 시설 이전 및 추가 설치 등으로 야기될 천문학적 액수의 비용을 당장 예비비로 내놓으라고 현직 대통령을 윽박지르는 모습은 볼썽사납다. 청와대 측이 졸속 이전으로 인한 안보 누수를 우려해 거절하자 ‘대선불복’이니 뭐니 하면서 억지를 부리는 자세는 또 무엇인가? 국민들 눈에 오만하게 비쳐질 뿐이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논란은 그의 불통과 억지 리더십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말았다. 대통령이 될 이가 정책 1호라고 내놓은 것부터 국민 신뢰를 잃고 불안감을 키워서야 되겠는가? 혹시 윤 당선인에게도 포사가 있는가? 만약 있다면 들끓는 여론을 무시할 만큼 믿음직한 절대적 존재인가? 윤석열은 포사가 남긴 교훈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 그것이 그가 살 길이기도 하다.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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