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022.03.31 06:00:00 13면

 


“사람이 만일 그 이웃을 상하였으면 그 행한 대로 그에게 행할 것이니. 파상은 파상으로,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을지라. 남에게 손상을 입힌 대로 그에게 그렇게 할 것이며”(레위기 24:19~20).

“또 눈은 눈으로, 이는 이로 갚으라 하였다는 것을 너희가 들었으나,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대며”(마태복음 5:38~39).

레위기는 구약이고 마태복음은 신약이다. 두 가르침은 정반대이다. 당신은 어느 가르침에 따르려는가? 예수의 가르침은 기존의 율법을 뒤엎는 혁신적이다. 종교적이고 고결하다. 하지만 개인의 종교적 가르침으로 받아들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단체 간, 국가 간에도 적용할 수 있을까? 레위기의 율법은 공정·공평하다. 그런 점에서 개인 간, 단체 간, 국가 간의 갈등·대립을 완화 또는 해소하는 규율로서 적절한 것 같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등가성 징벌원칙의 이면에 또 다른 중요한 규율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받은 만큼만 돌려줄 뿐 그 이상의 복수를 금지한다는 점이다. 과잉 복수를 금지한다. 보통 사람은 공격당하면 화를 낸다. 그 화는 받은 공격보다 더 큰 반격을 가하여야 진정되는 듯이 느껴진다. 따라서 공격에 대한 반격, 반격에 대한 재반격을 초래하는 악순환으로 인하여 결국에는 모두가 공멸한다.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 이제 레위기 가르침의 심오함을 이해할 수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가 불안과 분노 그리고 슬픔에 빠져있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는 ‘복수’의 감정이다. 러시아는 냉전 붕괴 당시 서방 국가들이 나토를 동진시키지 않는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고, 우크라이나 또한 나토 가입을 추진하였기 때문에 자국의 침공 행위를 안보를 위한 특별군사작전으로서 정당화한다. 서방은 모든 주권국가는 자유의지에 따라서 안보 체계를 구축할 권리가 있으므로 러시아의 주장은 부당하다고 피력하고 강력한 경제제재를 부과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주권국가로서 지위를 온전히 유지하기 위한 활동의 하나로서 나토 가입 추진은 정당하다고 주장하고 러시아의 침공에 결연히 저항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상대방의 잔혹한 전쟁범죄 행위를 상호 비난하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과연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의 원칙에 적합한가? 각국은 자신의 행위가 레위기의 가르침에 적합한지 깊은 성찰이 필요한 시기이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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