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사색] ‘선 비핵화’ 요구는 환상이다

2022.04.25 06:00:00 13면

 

 

2008년 2월 26일 저녁, 그때 나는 북한 남포항의 식당에서 북한 통전부 L선생과 함께 북한 전역에 생중계되는 뉴욕필하모니의 공연을 보며 식사를 하고 있었다. 경공업 자재 인도단장으로 방문 중이었는데 평양에서 내려온 L선생과 함께 있는 것이다. 나의 관심은 공연이지만 L선생은 어제 이명박대통령 취임사에서 들은 ‘비핵·개방·3000’이다.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L선생의 질문, 맴도는 나의 원론적 대답. 마지막 L선생의 독백같은 발언, ‘우리는 뭐 핵이 좋아서 그런 줄 아시오!!’. ‘선비핵화’, ‘선제타격’, 등 신정부의 대북관련 발언을 듣고 있는 평양의 L선생을 떠 올려 본다. 남한정부가 야속함을 넘어 미련하다고 생각할 것 같다.

 

핵을 포기하고 미국의 말을 잘 들으면 제재도 없고 경제지원과 대북투자로 경제가 발전되고 인민들은 허리띠를 조이지 않고 잇밥에 고깃국이 현실 밥상이 될 텐데 미련하게 핵미사일을 고집하는 북한의 행태를 이해 못함이 우리들의 상식이다.

 

그러나 북한 지도부는 ‘굴복은 곧 죽음’이라는 생각이 지배하는 권력집단이다. 6·25전쟁의 경험, 철천지원수 미국과 남한정부에 대한 적개심과 불신으로 자신들의 안보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시작된 것이 핵미사일 개발이다.

 

선비핵화가 환상임이 자명한 이유이다. ‘90년대 사회주의권 붕괴 후, 생존전략으로 북미 핵협상에 나섰던 북한은 ’94년 제네바합의, 2005년 9·19공동성명, 2007년 2·13합의, 2018년의 싱가포르 회담, 그리고 이듬해 하노이 회담 등에서 롤러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을 느껴왔을 것이다.

 

그래도 한 가닥의 희망을 걸었던 문재인정부의 침묵과 나약함에 대한 실망감과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갈 것이라는 의지의 표현이 금년들어 지속되는 미사일 시험발사이고, 아마도 조만간 추가 핵실험도 감행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교훈을 얻자. 러시아 푸틴의 사악함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의 행동도 자국이익 우선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여기서는 초점을 우크라이나 젤렌스키대통령에 두고 생각해 보자.

 

미국과 나토의 지원을 기대하며 과감하게 추진했던 서방정책과 나토가입 추진이 결국은 러시아의 반발을 불러 전쟁상황을 몰고 온 것이다. 국익을 위한다는 정책이 국가의 비극 상황을 몰고 온 것이다. 현실의 대러시아 관계를 고려하면서 나토가입 등 친서방정책을 지혜롭게 추진했어야 했을 것이다.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오랫동안 지속된 제재로 어려운 상황에 처한 북한이 난국 상황의 돌파구로 군사적 긴장 상황을 조성한다면 한반도 불안정에 따른 수출감소 성장둔화 등 그 손해는 고스란히 우리의 몫이 될 것이다. 북한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미국도 현 상황의 변화를 위한 적극적 의지가 없는 것 같다. 자주적 문제해결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새 정부의 지혜로운 판단이 요구된다, 대화와 협상만이 해결책이고 우리가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할 중대한 시점임을 깨달았으면 한다.

 

이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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