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휘의 시시비비] ‘쩨쩨한 정치’가 지겹다

2022.05.04 06:00:00 13면

 

 

 

춘추시대 진나라 중군위의 직에 있던 기해(祁奚)가 나이 70에 이르러 고령을 이유로 왕 도공(悼公)에게 사직을 청했어요. 기해를 붙잡을 수 없음을 안 왕은 적합한 후임자 천거를 부탁했대요. 그러자 기해는 놀랍게도, 원한 관계에 있는 해호(解狐)라는 인물을 추천했대요. 도공이 깜짝 놀라 “어찌 원수지간인 그를 추천하시오?”하고 묻자 기해는 “왕께서는 제게 적임자를 물으셨지, 제 원수가 누구냐고 묻지 않으셨잖습니까?”하고 태연하게 대답하더래요.

 

20대 대통령선거전 승자인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를 꾸리고 운영하는 중이지요. 초대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 인선이 끝나고, 국회가 티격태격 인사청문회를 시작한 걸 보니 정권 교체 시점이 도래했음을 실감하게 되네요. 별로 감동적인 인물을 발굴해내지 못하고도 꿋꿋한 모습인 윤 당선인의 이미지에 만만찮은 뚝심이 흘러넘치네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정국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극심한 대결국면으로 치닫고 있군요.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에 4.9 대선 패배의 내상이 상당히 깊어 보여요. 특히나 0.73%라는 ‘박빙(薄氷)’의 격차가 현실 비수가 되어서 정부 여당의 폐부를 깊이 찔러버린 형국이에요. 패배를 인정하자니 참으로 약이 오르는 석패였을 테지요. 충격은 여지없이 신구 정권 갈등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임기종료를 앞둔 문 대통령은 새 정부의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못내 숨기지 못하는군요.

 

‘마스크 해제’를 놓고 벌이는 신구권력 간에 공치사 다툼은 정말 불쾌한 장면이에요. 긴 세월 혹독한 코로나 감옥살이를 해온 국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하루라도 빠른 일상 회복 조치는 마땅한 일이지요. 정부가 5월 2일 자로 단행한 ‘실외 마스크 해제’를 놓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과학적 근거가 뭐냐”고 발끈했다지요? 5월 말쯤 새 정부가 멋지게 쏘아 올려보려던 공(功)을 날치기당한 듯한 표정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군요.

 

그런데, 지난달 23일 기준 우리나라 코로나19 치명률은 전체 국민은 0.13% 수준이지만, 고령층인 70대는 0.64%로 5배가량 높고 80세 이상은 2.67%로 20배 가까이 높다는 통계를 보면 ‘마스크 해제’ 논쟁은 참으로 한심한 분탕질이 아닐 수 없어요. 이 사람들 정말로 국민을 위해 정치를 하는 게 맞나 싶을 정도예요. 6월 지방선거가 아무리 급해도 그렇지, 국민의 소중한 생명이 걸린 이 문제를 어떻게 추악한 드잡이 소재로 삼는가 이 말이죠.

 

하루하루 일상이 힘겨운 국민 앞에 연일 펼쳐 보이는 ‘쩨쩨한 정치’ 쇼는 정말 지겨워요. 사사로이는 천적일지라도, 오직 나라와 백성을 위해서 꼭 필요한 인재라며 과감하게 원수를 천거한 진나라 기해 같은 통 큰 인물 어디 없을까요? 갈수록 유치해지는 정치권의 저질 청백전이 그저 목불인견(目不忍見)인 요즘이네요.

안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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