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배의 공동선(共同善)] 윤석열의 뒤틀린 인식체계

2022.05.12 06:00:00 13면

 

 

그제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따로따로여서 헷갈린다. 말로는 공정과 상식을 내세우면서 행태는 이와 딴판이기 때문이다.

 

그 부정합은 국무위원 지명에서부터 드러났다. 한동훈 법무장관 지명이 대표적이다. 한 지명자는 2년전 총선을 앞두고 유시민 작가 고발을 사주한 혐의를 받아 채널A 기자와 함께 조사를 받았다. 채널A의 자체 진상조사보고서에는 두 사람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강요미수의 흔적이 오롯이 담겨 있다. 그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참석한 현직 대검 감찰부장은 윤석열 총장을 비롯한 정치 검찰이 진상조사에 나선 대검의 감찰 행위를 조직적으로 방해했다고 폭로했다. 한 지명자는 자신의 휴대전화 비밀번호 제공조차 거부함으로써 법망을 피했다. 한 지명자는 수사절차에 대한 비협조 전력만으로도 법무장관으로 자격 미달이다. 이런 사람을 정의수호와 법치의 수장에 지명한 처사부터 공정과 상식에 정면으로 반한 것이다. 딸의 논문 표절과 ‘약탈저널’ 게재에서도 그 가족의 내로남불 행태는 아주 노골적이다.

 

딸과 아들을 자신이 병원장 등으로 재직 중이던 대학 의과대학에 편법 입학시킨 추한 행태가 드러난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지명자의 경우도 내로남불 행태에 있어 한 지명자와 막상막하다.

 

파행 인사의 하일라이트는 한덕수의 총리 지명이다. 한 지명자는, 한국에서 천문학적 금액을 챙기고도 모자라 협상 지연을 트집잡아 우리 정부를 상대로 5조원짜리 추가 배상소송을 제기한 먹튀 자본에 대한 변론에 그치지 않고, 일제 징용자들의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미쓰비시측 이익을 위해 온갖 법 기술을 부렸던 대형 로펌 김앤장에서, 일말의 양심가책도 없이 고액 자문료를 받아챙긴 인물이다. 이 로펌은 가습기살균제를 판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도 100억대의 기업측 변론비를 피해자들의 피눈물 대신 챙겼다. 공직자 이해충돌의 생생한 사례로 기록될 것같다. 총리에서 주미대사로, 무역협회장으로, 그러다가 대형 로펌 고문으로, 돌고돌아 다시 총리로 오겠다? 사익과 권력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다닌 그에게 나라 살림을 맡기는 것이 과연 공정하고 상식적인가?

 

듣는 이의 귀를 의심케 한, 가장 끔찍한 일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에 유우성 간첩 조작 사건에 가담해 면직된 검사 출신 인사를 임명한 것이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라고 임명된 공안검사가 그 근본을 무너뜨려도 공정이고 상식인가? 문제의 검사는 중국 정부의 진짜 출입경기록 공개로 범죄가 들통나면서 국가망신까지 시킨 추문의 장본인이다. 그런 문제 인물에게 새 정부의 공직 기강 바로세우기를 맡기겠다고? 그런 범법자를 측근으로 두려는 윤 대통령의 심사는 도대체 어찌된 것인가? 앞으로 국민들의 따가운 비판 여론 따윈 개의치 않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윤 대통령은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 참석해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뜻을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언어는 생각과 행동의 거울’이라는데(에드워드 사피어) 그는 언어 따로, 행동 따로인가?

김형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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