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의 징검다리] 거대양당후보 말고 이런 지방의원을 뽑자

2022.05.24 06:00:00 13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마음먹은 오랜 꿈이 있었다. 경향각지의 교육전문가(교사나 학부모·학생활동가) 중 최소 50명이 광역의회나 기초의회의 교육시민후보로 출마해서 당선되도록 조직적으로 돕는 꿈이 그것이다. 다른 일로 내가 꾸물거린 탓에 시점을 놓쳐 나의 오랜 꿈이 이번에는 무산되기에 이르렀다. 교육전문가에 의한 지방교육정치의 개막을 또 4년이나 속절없이 미루게 돼 마음이 쓰라리고 아프다.

 

다행히 오랜 교직경력과 빛나는 활동이력을 가진 이창국 선생이 동대문구 4인 선거구의 구의원후보로 출마를 결심했노라고 알려 와서 기꺼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4인, 5인 선거구를 시험 삼아 11군데만 실시해보기로 여야가 합의했는데 마침 사는 곳이 신설 4인 선거구가 된 것이다. 시작부터 나쁘지 않다.

 

당선자를 넷이나 뽑는 4인 선거구라도 무소속 시민후보 입장에선 조금도 만만하지 않다. 거대양당이 최소한 2인, 보통 3인씩을 공천한다. 양당후보만 해도 최소한 4, 5명이고 진보정당 후보도 두엇은 된다. 이런 구도에서 10%(1600표)를 득표해야 4위로 당선된다. 4인 선거구라도 유권자는 1표만 행사한다. 유권자 입장에선 누굴 뽑을지 더 고민된다. 지지정당이 확실해도 소속후보가 두셋이나 되니 누굴 찍을지 헷갈린다.

 

지지정당이 마땅치 않은 유권자도 적지 않다. 거대양당 중 하나를 강하게 지지해온 시민이 아니라면 이번에는, 특히, 시범운영 4인 선거구에서는, 제3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그 중 하나에게 표를 주는 게 합리적인 선택이다.

 

주지하다시피 4인 선거구를 두는 취지는 당선자 4인을 모두 거대양당 후보로 채우라는 것이 전혀 아니다. 적어도 1인 또는 2인은 거대양당과 다른 목소리를 낼 제3후보를 당선시키라는 취지다. 이때 제일 눈여겨볼 건 교육전문성, 환경전문성, 노동전문성을 가진 후보가 누구인지다. 만약 교육전문성, 환경전문성, 노동전문성이 검증된 제3후보가 있다면 망설임 없이 표를 줘야한다. 그것이 4인 선거구를 둔 취지다. 실은 3인 선거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거대정당소속 당선자는 2인으로 족하고 세 번째 당선자는 무조건 제3당이나 무소속 시민후보라야 한다. 이때에도 노동, 환경, 교육전문가라면 금상첨화다. 지방의회에서 제일 찾아보기 어렵고 가장 절실하게 필요한 의원이 교육, 노동, 환경전문가이기 때문이다.

 

광역의회는 최소한 수 조 단위 예산을 쓰는 교육감을 통제하기 때문에 교육전문가 출신의원이 필수적이다. 교육입법과 교육정책을 만들어내고 교육예산과 교육행정을 감독하는 광역의회에 교육전문가 출신 의원이 최소한 서넛은 있어야 한다. 기초의회도 막대한 학교지원, 돌봄, 방과후교육 예산을 쓰기 때문에 교육전문가 출신 의원이 하나쯤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지방의회에는 교육전문가 출신을 찾아보기 어렵다. 현행법아래서 교사들은 사실상 출마를 금지 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학교현장을 잘 아는 교사출신 교육전문가 지방의원은 광역, 기초를 막론하고 0순위가 아닐 수 없다.

 

기후위기와 에너지전환, 폐기물 시대의 지방의회에는 환경전문가가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지방의회에서 환경전문가는 멸종위기 종처럼 희귀하다. 환경전문성이 검증된 제3당 혹은 무소속 후보가 있다면 무조건 0순위가 아닐 수 없다. 광역의회건 기초의회건 우리나라 지방의회는 노동정치가 빈약하다. 노조활동가 출신의 노동전문가 의원도 찾아보기 어렵다. 반면 시군구에는 3D노동자, 영세중소기업노동자, 기간제·시간제노동자, 특수고용직 노동자, 외국인노동자, 산업재해노동자 등 보호받아야할 노동자가 무지 많다. 노동전문가가 지방의원 0순위인 이유다.

 

이번지방선거에서 거대양당 소속이 아닌 전문성 있는 제3당 후보나 무소속 후보를 3인선거구와 4인선거구에서 대거 당선시켜 지방의회가 정치다양성을 확보하고 교육·환경·노동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교육, 환경, 노동 전문성이 있는 제3후보 밀어주기 유권자 운동을 제안한다.

 

 

곽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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