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프랑스 예술기행]  빅토르 위고와 제르세

2022.05.26 06:00:00 13면

 

"레미제라블(Les Misérables)". 한국말 번역은 “불쌍한 사람들”, “가엾은 사람들”이다. 19세기 중반 빅토르 위고(Victor Hugo)가 쓴 대역작이다. 주인공 장 발장(Jean Valjean). 그는 어느 일요일 밤 모베르 이자보 빵집에서 빵 한 덩어리를 훔쳤다. 그 일로 5년간 갤리선에서 노역하는 형벌을 받는다. 그러나 탈옥수로 잡혀 19년의 형을 살게 된다. 빵 한 조각 때문에 청춘이 산산조각 났다. 마흔 살이 되어 출소한 발장. 수도사들이 운영하는 학교에서 읽고 쓰고 셈하는 법을 열심히 배웠다. 영리해지는 길이 증오심을 기르는 일이라는 일념에서다.

 

발장을 통해 위고는 가난한 사람을 궁지로 모는 프랑스의 사회상과 인간군상을 신랄하게 고발했다. 가난한 사람을 유독 옹호했던 위고. 그는 최후까지 가난한 사람들을 걱정했고, 그들의 곁에 묻히길 희망했다. 그리곤 그들을 위해 5만 프랑의 유산을 남겼다.

 

너무도 인간적이었던 위고. 그는 작가이자 시인, 그리고 레지스탕스 운동의 수장이었다. 그는 쿠데타를 일으킨 나폴레옹 3세를 프랑스의 반역자라 비판했다. 목숨이 위태로워진 위고. 그가 그토록 지키고자 했던 파리를 1851년 떠나야 했다. 그에게 파리는 문명의 중심지로, 왕국도 제국도 아닌,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인류 전체였다.

 

 

브뤼셀에서 잠시 묵다 1852년 8월 5일 그가 도착한 곳은 제르세(Jersey) 섬. 프랑스에서 가장 가까운 영국령 노르망디다. 프랑스 망슈의 코탕텡(Cotentin)에서 22킬로, 오리니(Aurigny)에서는 1킬로 떨어져 있다. 이곳의 원시적 풍경에 반한 위고. 푸른 초원과 집 근처에 길게 펼쳐진 백사장, 사색으로 인도하는 신비한 거석, 확 트인 대서양이 보이는 언덕들. 그의 상상력을 살찌게 하는 영감의 원천이자 영혼의 땅이었다. 제르세의 북부 해안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여기엔 중세의 요새가 있다. 플레몽( Plémont)의 동굴, 좀 더 멀리 나가면 해안절벽에 악마의 구멍인 거대한 통로가 있다. 이를 위고는 '제르세'라는 긴 시로 표현했다.

 

위고는 “여러분 제가 제르세에서 무엇을 찾았는지 아세요? 뜻밖에도 신성하고 숭고한 것, 평화입니다. 제르세는 절 평온하게 합니다. 부드러운 자연에서 평정과 평화와 휴식을 반복적으로 발견합니다. 다정한 농부들, 바닷가의 고독과 밤은 별을 수놓고 대서양은 신의 숨결로 고동쳐 감동케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제르세의 여름과 겨울은 봄처럼 온화하고 나무는 노르망디, 바위는 브르타뉴, 하늘은 프랑스를, 바다는 파리를 연상시킨다고도 했다.

 

 

이처럼 위고의 제르세 생활은 프랑스에 대한 충정을 사무치게 했고 인류 최대의 걸작 『레미제라블』의 잉태로 이어졌다. 신은 고통을 절대 그냥 주지 않는 법이다. 우리는 지금 고난기를 사는 불쌍한 사람들. 위고의 휴머니즘이 애절하게 생각난다. 제르세 섬으로 떠나 위고처럼 생뚜앙(St Ouen) 만을 산책하고 영주의 정원이 있는 세르크(Sercq) 섬을 한 바퀴 돌아보자. 잔인하게 파괴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의지가 조금은 되살아날지도 모른다.

 

 

 

최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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