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논의 다시 시작하자

2022.06.02 06:00:00 15면

정당공천제, 지방정치 중앙정치예속, 지방자치 의미 퇴색

 6.1지방선거가 끝났다. 당선자에겐 축하의 박수를, 아쉽게 낙선한 출마자들에겐 위로와 격려를 보낸다. 이번 선거 역시 이전투구(泥田鬪狗)라고 할 만큼 흑색선전과 비방이 난무했다. 각 정당 수뇌부는 전국을 누비며 자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당력을 총동원했다. 특히 수도권 등 격전지에서는 당의 사활을 걸고 지원에 나섰다. 지방 선거는 분명 지역을 위한 일꾼을 뽑는 선거임에도 말이다. 출마자들도 선거 전부터 당의 눈치를 보느라 바빴다. 공천을 받기 위해 이 당에서 저 당으로 둥지를 옮기는 이른바 ‘철새’들도 있었다. 상당수 유권자들도 후보의 능력이나 경험, 인격보다는 정당만 보고 찍었을 것이다. 지방정치가 중앙정치에 철저하게 예속된 것이다.

 

권영화 평택시의원은 지난 5월 평택 한 지역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그동안 중앙정치와 지역의 국회의원과 지역(당협)위원장에게 줄서기를 통한 밀실공천 등으로 인해 지역의 역량 있는 일꾼들이 정치에 진출할 기회를 박탈하고, 아울러 선출된 지역정치인들도 중앙정치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는 것을 우려했다. 그리고 이는 ‘우려’에서 끝나지 않았다. 그 자신도 두 번의 공천 끝에 평택시의회 의원으로 입성해 3선 의원으로 의정활동을 하고 있지만 “지금도 여전히 지방선거가 정당 참여로 치러지고 지방선거의 결과로 집권여당의 중간평가가 여겨지는 모습을 볼 때 참담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고백한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는 대다수 국민들도 반대하고 있다. 지난 2009년에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 조사 결과를 보면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에 77.6%,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에 86% 국민이 찬성했다.

 

지방자치가 실시된 지 30년이 넘었다. 하지만 정당공천으로 인한 지방의 중앙정치 예속과 공천에 따른 부정부패 등의 폐해로 풀뿌리 민주주의인 지방자치는 아직도 반쪽짜리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3년 11월 노영관 당시 수원시의회 의장(경기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장)은 국회의사당 앞에서 정당공천제 폐지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이면서 “지방자치가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정당에 의한 정당을 위한 자치로 전락하고 말았다”고 한탄하기도 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 폐지에 앞장선 사람은 제17대 국회 국회의원을 역임한 심재덕 전 수원시장이었다. 그는 정당 공천을 받지 않고 무소속으로 수원시장에 출마해 두 번 연속 당선된 인물이다. 국회의원이 된 뒤 지방선거 정당 공천 폐지 운동을 계속했다. 2004년 기초단체장 정당공천제 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지방자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2005년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기초자치단체장 정당공천을 결정했다. 이에 그는 국회 단식농성으로 항의하기도 했다. 제19대 국회에서도 정당공천제 폐지 법안은 6차례나 발의됐지만 심의조차하지 않아 자동 폐기됐다.

 

한 지방의원은 ‘제도적 불합리화로 인해 충분한 능력을 소유한 인재들이 지역을 위해 일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을 개탄했다. 지방 정치 발전 발목을 붙잡는 불합리한 정당공천제도가 폐지돼야 한다는 그의 주장에 깊이 공감한다. 당과 국회의원보다는 오직 주민만 바라보는 시장군수 지방의원을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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