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테라 사태와 암호화폐의 지경학

2022.06.13 06:00:00 13면


 

최근 두각을 나타내던 테라·루나의 가격 폭락으로 인하여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에 먹구름이 가득하다. 테라는 알고리즘에 기반을 둔 스테이블 코인으로서 탈중앙화에 대한 매니아들의 맹목적 신뢰와 가격상승 편향의 알고리즘 구축으로 짧은 기간에 급속한 성장을 이루었다.

 

테라 신화 몰락의 요인은 알고리즘 자체의 결함이다. 테라의 알고리즘은 현실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경쟁시장을 상정하였기에 필연적으로 불완전할 수밖에 없었고, 이를 보완하기 위한 가격안정 시스템은 적시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기술적 측면에서 본 것이고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화폐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였거나 이를 경시하였기 때문이다. 현재 유통되는 법정화폐는 수십만 년 인류 진화의 DNA가 내재화된 정치·경제·사회적 산물이다. 암호화폐는 정치로부터 독립한 탈중앙화의 실현을 추구한다. 따라서 정치적 문제는 별개로 논의한다고 하더라도, 테라는 화폐의 사회적 성격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였다. 테라를 기반으로 하는 전자 상거래 생태계가 아직 성숙하지 못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테라·루나의 가격상승을 통한 생태계 성장 전략을 추구하였다. 그 결과 네트워크 내 신뢰관계가 취약한 상태에서 포스트코로나 금융시장의 경색 국면에 직면하였고 공격 한방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화폐는 ‘신뢰’를 먹고 산다.

 

신정부는 국내 코인 ICO의 허용 등 암호화폐 산업의 진흥을 공약으로 제시하였다. 그러나 테라 사태로 인하여 산업의 진흥보다 투자자 보호 중심의 규제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작금의 세계는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암호화폐 산업은 디지털 경제의 최전선에서 용틀임하고 있는 분야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ICT 산업의 발전 수준이 높을수록, 경제력이 큰 국가일수록 그리고 정치 수준이 높을수록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허용 수준이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의 ICT 경쟁력과 세계 10위의 경제력을 가진 대한민국이 이 대열에서 뒤처질 수는 없다.

 

테라의 권도형 대표는 “내 발명품이 고통을 줘 비통하다.”라고 말하였다. 모든 발명품은 이 세상에 없었던 것이 갑자기 뚝딱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실패한 원천 기술들을 개량한 결과가 그 당시 시대적 환경에 적합하여 사회경제적으로 수용되었을 때 비로소 성공할 수 있다. 현대 화폐제도 또한 18세기 존 로 John Law의 실패한 발명품을 기원으로 한다.

 

지금은 오히려 세계적인 암호화폐의 지경학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는 절호의 시기라고 할 것이다. 신정부는 암호화폐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정책과 명료한 규제를 하루빨리 내어놓기 바란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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