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식탁물가, ‘식량안보‧주권’으로 격상해야

2022.06.14 06:00:00 13면

악화하는 식량위기에 자급률은 역주행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우크라이나 지정학 리스크 등으로 원자재발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식량안보가 주목받고 있다. 

 

지난달 국내 가공식품 물가지수는 109.19(2020년 100)로 1년 전보다 7.6%나 올라 10년 4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이같은 여파로 소득 하위 20% 가구의 올 1분기 식비 지출비중이 40%를 넘어섰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식비 비중(13.2%)의 3배를 웃돌았다.  유럽의 빵공장이라 불리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가격의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2022년 5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158.3포인트 대비 0.6% 소폭 하락했지만 밀 등 주요 곡물가는 전월보다 2.2% 오름세를 이어갔다. FAO는 2022~23년도 세계 곡물 생산량과 소비량이 전년 동기대비 각각 0.6%, 0.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재고량도 0.4%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인도 등 20여개국이 농식품 수출을 제한하면서 ‘식량보호주의’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반도체처럼 ‘식량 자국우선주의’가 고개를 들면서 세계화의 마지막 보루라 할 수 있는 식량안보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1990년대 구소련 붕괴와 중국의 본격적인 세계화 참여 이후 언제나 수급이 자유로울 것 같았던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가 동맥경화 현상을 낳고 있다. 세계 정치‧경제 안보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1차적인 관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언제 종식되느냐 하는 것인데, 현재로선 그 전망이 매우 불확실하다. 러시아는 유럽의 천연가스 등 에너지 수요가 늘어나는 가을이후까지 내다보며 서방권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연말 또는 이후까지 계속된다면 원자재 공급망은 예측불허의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여기에다 해마다 반복 악화하는 기후변화로 곡물작황에 또다른 변수까지 겹친다면 세계경제는 공포스러운 국면을 맞을 수도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세계식량안보지수(GFSI)는 38개국중 32위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내 최하위권이다. 또 2020년 기준 곡물자급률은 20.2%, 식량자급률은 45.8%에 불과하다. 쌀 다음으로 국내 소비 비중이 높은 밀(0.8%), 콩(30.4%)은 더 심각하다. 곡물자급률이 2000년(30.9%)보다 10%포인트 넘게 내려가는 역주행 중이다. 곡물은 축산물가에도 직접 연결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내부적으로 ‘중장기 식량안보 강화 전담반(TF)’ 및 ‘식량공급망 위기대응반’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땜질식으로는 한계가 있다. 반도체가 경제안보가 된 것처럼 범정부 차원으로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 스위스는 지난 2017년 연방헌법에 ‘식량안보’ 달성을 국가 기본 책무로 명시했다. 세계식량안보지수 8위인 일본의 경우는 밀·보리·콩 등에 대한 수입보전직불제 등으로 식량자급률 제고에 대비해왔다. 

 

인구감소에 따른 경지 면적의 규모화·최적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팜, 젊은 후계농 육성, 그리고 공급망 다각화 등 근본적인 처방을 모색해야 한다. 밥상물가는 ‘식량안보’ 차원을 넘어 ‘식량주권’으로 발상을 대전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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