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골병든 민생 방치하고 ‘계파다툼’만 일삼는 정치권

2022.06.15 06:00:00 13면

민들레·수박…패거리 정치 중단해 ‘정치 불신’ 씻어야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 문제를 필두로 심각한 경제난이 예고된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민들레’니 ‘수박’이니 하고 한심한 계파 갈등 양상만 노정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더욱이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민생이 시나브로 골병이 들어가고 있는 판에 여야가 적극적으로 탈출로를 모색하기는커녕 내부권력 다툼에 혈안이 돼 오히려 국민적 걱정거리로 등장하는 형국이다. ‘정치’의 존재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새겨 패거리 다툼을 즉각 중단함으로써 날로 높아지는 ‘정치 불신’을 씻어내야 할 시점이다.

 

국민의힘 내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을 구심으로 자기 세력을 구축하려는 ‘계파 본색’이 드러나고 있다. 최근 윤 대통령 측근이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일한 장제원·이용호·이철규 의원 등이 주축이 돼 결성하려던 당내 모임 ‘민들레’(민심들어볼래) 모임을 둘러싸고 내부논란이 거세다. 권선동 원내대표가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모임 결성 주축인 장제원 의원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일단 수면 아래로 잠복했지만, 이준석 당 대표의 비딱한 언행 등으로 볼 때 아주 소멸한 것은 아닌 것으로 해석된다.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잇따라 패배를 당한 더불어민주당도 쇄신 대책 모색 과정에서 당내 계파조직의 존폐문제를 놓고 날 선 설전을 벌이고 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수박’ 이런 단어를 쓰는 분들은 가만히 안 두겠다”고 선언했다. ‘수박’은 이재명 상임고문의 지지자들이 경선 상대이던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친문(친문재인)계 정치인들에게 ‘겉과 속이 다르다’며 부르는 별칭이다.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정세균계 ‘광화문 포럼’이 가장 먼저 해산했다. 이낙연계 이병훈 의원도 “의원 친목 모임을 해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정세균계 이원욱 의원은 지난 11일 ‘처럼회’를 당장 해체해야 한다고 저격했다. 그러자 처럼회 소속이자 친명(친이재명)계 김남국 의원은 “지금까지 계파정치로 천수를 누렸던 분들이 느닷없이 계파를 해체 선언하느냐”고 반박하는 등 잡음이 그치지 않고 있다.

 

우리 정치사에서 역대 유력 정치인들을 중심으로 한 계파 패거리 정치의 뿌리는 엄청나게 넓고 깊다.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특정 명망가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패거리 정치가 이 나라 정치발전에 기여한 부분보다는 해악을 끼친 경우가 더 많다는 점은 금세 알 수 있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정치’에서 ‘패거리 이합집산’ 움직임을 일소하기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나라 형편이 어렵고, 갈등과 이해충돌이 심각해지는 국면에서도 정치인들이 갈가리 찢어져서 소인배적인 신경전만을 벌이는 것은 일단 국민에 대한 도리가 아니다.

 

국내외적 요인으로 인해 불가항력으로 다가오는 경제난 먹구름 앞에서 벌벌 떨고 있는 백성들의 민생은 도대체 어찌할 참인가. 길어지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투쟁으로 당장 유통시장에서 생필품마저 하나씩 사라져가는 불길(不吉)을 언제까지 이렇게 강 건너 불 보듯 할 참인가. 임진왜란 때 삼천리강산이 백성들의 피로 붉게 물들 때도 사대부들이 사색당파, 저열한 당쟁 아귀다툼을 멈추지 않았던 참혹한 역사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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