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의 창] 국민통합과 고르디우스 매듭 

2022.06.21 06:00:00 13면

 

고르디우스 매듭은 고대 설화의 소재 중 하나로 ‘풀기 어려운 문제’를 뜻한다. 국민통합 역시 이 매듭의 범주에 들어간다. 지난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이란 이름으로 국민을 편가르기 하고 갈기갈기 찢어 놓았기 때문이다. 서슬퍼런 적폐청산의 회오리 바람 속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휘말려 들어가 남모를 고충을 겪었거나 지금도 겪고 있다. 산에 오르거나 공부에 집중하면서 섭섭함과 울분을 달랜다. 회오리 바람에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은 억울하고 원통한 심정을 삭히고 토로하지만, 이를 이해하거나 동정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도 이들의 아픔을 더한다. 한 때는 경쟁자였거나 자기보다 잘 나가던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뒤돌아서서 엷은 미소를 짓는 것이 인간의 생리다.

 

그러나 한 줄기 희망을 갖는 것은 우리사회에 주역에서 말하는 ‘大人’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인은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이를 현실에서 실천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존재로 묘사한다. “무릇 대인은 천지와 더불어 그 덕을 합하고, 일월과 더불어 그 밝음을 합하고, 사계절과 더불어 그 질서를 합하고, 귀신과 더불어 그 길흉을 합한다.(夫大人者 與天地合其德 與日月合其明 與四時合其序 與鬼神合其吉凶)”

 

주역의 인간관은 기본적으로 우주자연의 원리를 이해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현실 인간사회에 실천하려는 노력과 의지가 그 본질이다. 우주 자연의 질서에서 인간 삶의 의미와 사적인 이익을 벗어나 타자와의 관계를 고려하는 관점을 촉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그간 뜻있는 지식인들 상당수가 입을 닫았다. 입은 있으되 말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 진보와 보수로 갈려 치우기 어려울 정도의 불신과 반목의 쓰레기 산을 만들었다. 이런 점에서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국민통합’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주역은 전쟁에서 승리한 왕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라고 강조한다. 하나는 분열된 민심을 통합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국정을 맡길 인재 발탁이다. 그래서 주역 시대의 묘당을 상기한다. 묘당은 이데올로기 통합의 장소였다. ‘王假有廟 利見大人(왕가유묘 이견대인)’이라 했다. 왕은 묘당에서 지극히 제사를 지내고, 대인을 찾아 살피니 이롭다는 뜻이다.

 

새 정부 조각도 거의 마무리되었다. 국정을 이끌어갈 대인은 찾은 셈인 만큼 통합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 통합의 첫 단추가 지난 정부에서 형극의 길을 걸은 사람들을 解冤(해원)해주는 것이다. 그들은 국가를 위해 일평생 몸을 던진 사람들이다. 법적 처벌을 거의 받은 만큼 이제 대한민국 국민으로 떳떳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사면 복권해주어야 한다.

 

주역 地澤臨(지택림)괘는 이렇게 말한다. 大亨以正 天之道(대형이정 천지도). 크게 형통하는 것은 하늘의 도라는 뜻이다. 윤 정부는 하늘의 도에 따르기를 충언한다.

 

 

이일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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