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장애인 자녀를 둔 엄마입니다”…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지키는 엄마들의 눈물

2022.06.24 06:00:00 1면

올해 도에서만 세 발달장애인 가족 비극적 죽음 맞아
부모연대 7월 10일까지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분향소’ 운영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차별 여전…지역 공동체 일원 받아주길”

 

“저는 11살 자폐성 발달장애 2급 장애 아들을 둔 엄마입니다”

“저는 14살 지적장애 딸을 두고 있습니다.”

 

경기장애인부모연대 연천지회장 이상녀 씨와 이사 김천임 씨는 최근 연이은 발달장애인 부모와 당사자들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저 일이 곧 내 일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무거운 마음이 든다고 착찹한 심경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 부모들은 지난 10일부터 수원역 환승센터 지하1층에 설치된 ‘발달·중증장애인 참사 경기도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범정부 차원의 발달장애인 종합 지원 대책 수립, 기존 발달장애인 지원체계 조정과 개편, 발달장애 24시간 돌봄 지원 체계 구축 등을 내세우며 다음달 10일까지 분향소를 운영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경기 수원에서는 생활고에 시달리던 친모가 발달장애가 있는 8세 아들을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날 시흥에서도 말기암으로 투병하던 어머니가 20대 발달장애 딸을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또 지난 3일 안산에서는 홀로 20대 발달장애인 형제를 돌보던 6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등 올해 도내에서만 벌써 세 발달장애인 가족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다.

 

◆ 24시간 자녀 곁 지켜…24시간 돌봄 지원 체계 구축 시급
 

이씨는 “발달장애인 자녀가 있는 부모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자녀들 곁을 떠나질 못한다”며 “등교하기 전 일어나서 씻고 식사한 뒤 학교로 이동하는 평범한 일상 행동도 발달장애인에게는 시간이 상당히 소요되는 고된 과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하교 후에는 아이를 데리고 차로 1시간 이동해 타지에 있는 발달장애인재활센터 치료실에 다녀오면 하루가 끝이 나있다”며 “가까운 센터를 다니고 싶어도 해당 치료과목이 없어서 늘 장거리를 오간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부모들은 발달장애인들이 문자(글)를 이해하는 힘이 부족하고 예측하기 힘든 돌발행동으로 인해 지하철·버스 등과 같은 대중교통을 스스로 이용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지적장애가 있는 저희 딸은 평소에도 낯가림이 없고 호기심이 많아 버스·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갑자기 다른 사람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거나 물건을 만지는 돌발행동을 하는데 그럴 때마다 사람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부모가 일일이 상대에게 양해를 구한다”고 설명했다.

 

부모들은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가족과 당사자 모두 심한 심리적 위축을 겪는 등 점차 대외활동을 줄이게 돼 원치 않는 ‘사회적 은둔’을 겪게 된다고 입을 모았다.

 

 

지적·발달장애가족 대부분이 자녀의 교육·치료 활동에 쓰이는 각종 검사 비용 부담으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 부족한 시설과 현실 반영 못한 지원체계…생활고로 이어져
 

이씨는 “발달장애아들이 발달검사를 받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7~80만원”이라며 “첫 검사에만 40만원의 지원금이 있고 나머지는 모두 자비로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활 이용권이 22만원 발생하는데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동일금액이다”며 “물가가 오르면서 교육·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싼데 지금의 재활 이용권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설명했다.

 

장애 자녀를 둔 가족들에 대한 지원도 빈약하다. 자녀양육·심리상담을 지원하는 이용권가 있지만 1년이라는 기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또 일하는 동안 자녀들을 활동지원사들에게 부탁하는데, 만 7~64세 대상 발달장애인에게만 적용돼 7세 미만의 장애아이들을 둔 부모들은 누구에게도 도움의 손길을 제대로 받을 수 없다.

 

김씨는 “딸과 함께 연천 외곽에서 살고 있는데 장애인 복지관이 없어 동두천까지 가야한다”며 “거기서 아이가 수영·음악·미술 등 활동하고 싶어도 신청하기 위해서는 2~3년 동안 대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을 위한 시설이 지역 내 충분하지 못한 것도 아쉽지만 지자체 공무원들이 장애인을 위한 사업을 제대로 인지·홍보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다”며 “읍사무소도 장애인 대상 사업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부모들이 직접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이씨는 “장애인 지원 조례를 통해 가족지원센터가 생겼지만 예산이 너무 적고 실무 인원도 한정적이라 제대로 된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취직 못 한 발달장애인들이 갈 곳 없어 결국 가정 안에서 머물러야 하는 현실때문에 돌봄사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부모들은 “어디하나 기댈 때가 없어서, ‘악’ 소리할 수 없어서 죽을 수밖에 없는 사회가 개탄스럽다”고 울먹였다. 이어 “지금도 장애인에 대한 무지와 차별이 여전하다”며 “시민들이 발달장애인들에 열린 마음을 갖고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정창규 기자 ]

 

※ 쉬운 우리말로 고쳤습니다

 * 바우처(voucher) → 이용권

 

(원문) 이어 “재활 바우처가 22만원 발생하는데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동일금액이다”며 “물가가 오르면서 교육·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싼데 지금의 재활 바우처로는 어림도 없다”고 설명했다.

(고쳐 쓴 문장) 이어 “재활 이용권이 22만원 발생하는데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동일금액이다”며 “물가가 오르면서 교육·치료에 들어가는 비용도 비싼데 지금의 재활 이용권으로는 어림도 없다”고 설명했다.

 

정창규 기자 kgcomm@naver.com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