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법 개정, 입법 취지까지 해쳐서는 안 돼

2022.06.22 06:00:00 13면

‘덧없는 희생 차단’ 본질적 목표 안에서 보완 방안 찾길

친기업 정책 기조를 펼치고 있는 윤석열 정부와 여당이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 개정을 위해 발을 맞추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로부터 ‘졸속입법’이라는 불만이 끊이지 않는 만큼, 법의 완성도를 좀 더 높일 필요성이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 덧없이 스러져 가는 노동자들의 희생을 막는다는 당초의 입법 취지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시행 5개월밖에 되지 않은 법을 보완 입법이라는 이름으로 솜방망이로 만드는 개악만은 삼가야 한다.

 

중대재해법의 효과가 미미하다는 것은 사고통계로도 나타난다.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산재사고 사망자는 모두 157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동기 대비 고작 8명이 감소한 수치다.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7명 줄었지만, 제조업은 오히려 7명이 늘었다. 여전히 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로 생명을 잃는 노동자들이 매월 50여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현행 중대재해법에 대한 경영계의 불만과 지적도 만만치 않다. 대한상공회의소가 5인 이상 기업 930개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만 보더라도 이 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는 뚜렷하다. 전국 순회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10곳 중 7곳가량은 중대재해법 대응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법에 맞춰 ‘조치했다’고 응답한 기업은 고작 20.6%에 그쳤다.

 

지난달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에 중대재해법 6개 항목의 시행령 개정 건의서를 제출했다. ‘직업성 질병자 중증도 기준 구체적 명시’, ‘중대 산업재해 사망자 범위에 급성 중독 질병자 한정’, ‘경영책임자의 대상과 범위 구체화’ 등이 그 내용이다.

 

정부는 이르면 오는 7월 경영책임자의 의무 명확화를 위해 시행령 개정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도 안전 및 보건 확보를 위한 충분한 조치에도 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의 처벌 형량을 감경하는 내용의 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감경해주겠다는 여당의 개정안 흐름이 문제다. ‘경영책임자에게 강력한 예방 의무를 부과해 산재를 줄이겠다’는 법 제정 취지를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개정안과 관련, “아무리 살인죄 형량을 높여도 살인 범죄가 줄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한 발언은 야당일 때 합의한 법 제정 취지에 근본적으로 반하는 논리다.

 

중대재해법은 지난해 연초 입법과정에서부터 졸속입법이라는 혹독한 비판을 받았다. 경영계는 처벌 대상의 모호성과 과도한 징벌 문제를 들어 반발하고, 노동계는 현장 개선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한 입법이라는 주장을 거듭해왔다. 현재까지 기업들은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힘들다는 이유로 예방보다 처벌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해 온 게 사실이다. 일부 정합성이 맞지 않는 세밀한 부분에 대해서는 관련법이나 시행령 개정에 주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재해를 막아 귀한 생명의 덧없는 희생을 차단한다’는 본질적 취지 안에서 머리를 맞대고 보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기업의 산재 예방 노력 실질화 여부, 산재 감소 여부, 부당한 경영책임자 처벌 여부 등 법 시행의 결과를 세밀하게 따져보는 일부터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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