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의 달리는 열차 위에서] 다시 폭주기관차와 탈선전철기

2022.06.28 06:00:00 13면

 

공기업 6월은 인사철이다. 상반기 퇴직일정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떠나보내느라 각종 모임마다 작별인사가 이어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몇 년간은 베이비부머들이 대거 빠져나가느라 떠들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올해 퇴직인사 자리는 분위기가 조금 독특하다. 아무도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없다. 떠나는 사람이야 아쉬움에 그렇다 치더라도 분위기메이커가 되어야 할 후배들마저 자뭇 심각하다. 정권이 바뀌면서 철도공사는 정부 지분매각이라는 이름으로 민영화망령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정권발 노동시간을 92시간으로 연장하느니 마느니하는 소리도 들린다. 이러니 후배들은 “또 얼마를 싸워야 할지..”라며 떠나는 선배들을 외려 부러워하기도 하는데.. 

 

일전에도 적은 바 있지만 철도기관사 입장에서 가장 싫어하는 단어가 있다. 바로 “폭주기관차”라는 말이다. 거대한 중량과 힘을 가진 기관차가 폭주한다면 어떤 참사가 벌어질지 잘 아는 입장에서 꿈에라도 떠올리기 싫은 말이다. 그런데 두 달된 윤석열 정권을 보노라면 이 끔찍한 단어가 떠오른다. 인플레와 불경기로 허리가 휘는 국민들은 뒷전이고 요직이란 요직은 죄다 검사출신 측근으로 채우며 세간을 경악케 했다. 이 정도는 예고편에 불과했다. 국방부청사와 공관을 빼앗곤 4성장군 7명을 임기와 상관없이 한꺼번에 옷을 벗겼다. 국정원 1급 27명을 전원 대기발령시키고, 경찰고위직 인사를 화투패 뒤집듯 뒤집어놓곤 되려 ‘국기문란’이라 거품을 물었다. 거기다 부동산이건 세금이건 죄다 가진 자들을 위한 정책만 매일 땡윤뉴스로 흘러나오니 국민들은 폭주기관차를 마주하는 심정이 아닐 수 없다. 

 

작금의 폭주기관차 같은 윤석열 정권이 더욱 무서운 것은 공동체의 제어장치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현실 때문이다. 권력의 폭주를 제어하는 장치는 언론과 야당이다. 돌아보라. 지금 대한민국에 참언론이 있는가? 제대로 된 야당이 존재하는가? 눈이 먼 탓인지 나는 찾아볼 수 없다.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정권이 인사후보자만 내놓으면 코드인사니 보은인사니 하면서 씹어대던 언론들은 역대급 참사에 가까운 현 정권의 인사에 대해선 꿀먹은 벙어리다. 속칭 김학의동영상을 보고도 김학의를 몰라보고 선배를 선배라 부르지 못하던 홍길동 검사들의 안구질환이 언론에 집단으로 전염된 듯하다. 대한민국3대천재 중 하나로 놀림받는 한동훈 장관의 딸과 나경원의 아들이 모두 무혐의를 받아도 어느 언론도 조국 전 장관의 딸과 비교해 문제를 제기하진 않는다. 야당은 또 어떤가? 당권이란 잿밥에만 눈이 멀어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 누구는 당대표에 나오지마라며 떼거지로 아우성이니 살다살다 출사표는 들어봤어도 ‘출사저지표’는 또 처음이다. 당선가능성 1도 없는 사람이 이재명이 당대표가 되면 당이 깨질 것이라며 내가 안나갈테니 너도 나오지 말란다. 팬도 없는 정치인이 자기 당 팬덤을 능멸한다. 부끄러움이 없다. 이러니 코미디프로가 폐지되고도 남는다. 

 

대한민국에 예고된 위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철도에는 폭주기관차를 막기위한 방편으로 탈선전철기라는 장치가 있다. 통제 없이는 절대 진입하지 말아야 할 구간에 실수로라도 진입할 경우 무조건 탈선하는 방향으로 진로를 잡아놓은 선로전환기를 말한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에서 가서는 안 될 길로 밀고 들어가는 폭주정권에게 탈선전철기 역할을 해온 것은 시민사회였다. 제어장치가 마비된 위기의 대한민국에 시민사회가 최후의 보루로 또다시 탈선전철기 역할을 하지 않아도 되기를 바란다. 지금이라도 언론과 민주당만 정신차리면 된다. 

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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