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00이와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2022.06.27 17:16:46 인천 1면

[반려동물 화장시설] (하)반려동물 화장장 없는 인천, 고통은 반려인들 몫
"인천서 나고 자란 가족(반려동물), 인천서 장례 치를 서 없어"
정치적 결단 필요한 때, 유정복 인수위도 '긍정검토'

 

30만 마리 넘는 반려동물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천은 합법적인 동물 화장장(火葬場)이 한 곳도 없다.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됐으나 민원을 이유로 논의 대상에선 빠졌다. 경기신문은 두 번의 기획을 통해 인천의 동물장묘시설 실태를 확인하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천 반려동물 가구 20만 시대…더 외면할 수 없는 '화장장'

② "우리 00이와 작별인사를 할 수 있게 해주세요"

 

#사례1. 

인천 부평구에 사는 김모(34)씨는 최근 15년 키우던 개와 작별했다. 2년 전 한쪽 눈 시력을 잃었고, 올해 들어서는 산책이 어려울 정도로 관절이 나빠지더니 결국 그의 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16년 전 누군가 집 앞에 버리고 간 개를 키우기 시작한 게 인연의 시작이었다. '웅이'라는 이름도 김씨가 지어줬다. 웅이는 그에게 힘든 수험생과 취준생 시절 위로가 돼 준 동생이자, 군복무와 취업으로 본가를 떠나 있을 때도 늘 생각나는 가족이었다.

 

웅이가 죽고 가족들이 장례절차를 논의했는데, 인천엔 동물 화장시설이 없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어쩔 수 없이 경기도 김포에 있는 장묘시설을 이용해야 했고, 유골 역시 그곳에 안치했다.

 

김씨는 "웅이가 태어나고 자란, 가족 모두가 살고 있는 인천에 묻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며 "인천같은 도시에 그런 동물 화장장이 없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례2.

인천 연수구에 사는 최모(29·여)씨는 2014년부터 고양이를 키우고 있다. 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2~18년으로, 올해 8살이 된 최씨의 고양이는 노묘에 속한다.

 

그는 "요즘 들어 동물병원을 찾을 때마다 고양이의 마지막을 생각하게 돼 걱정이 앞선다"며 "오랜 시간 가족으로 지낸 반려동물을 종량제봉투에 버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최씨가 이런 걱정을 하는 이유는 인천에 합법적인 동물장묘업체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인천의 반려인들은 합법 동물장묘업체를 찾아 경기도까지 가야 한다. 가까이서 자주 찾아가고 싶어도 환경이 허용하지 않는다.

 

최씨는 "모든 반려인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동물과 이별을 준비한다"며 "가족과 작별인사를 잘 할 수 있도록 인천시가 나서달라"고 말했다.

 

◇ "민간이건 공공이건 누구든 시작해야"

 

조용환 한국동물장례협회 회장은 반려인구가 늘어나는 상황에 더 이상 동물 화장장을 늦춰선 안된다고 한다.

 

그는 인천 서구에서 허가를 내주지 않는 장묘업체 두 곳을 예로 들면서 "시설 요건을 갖췄는데도 민원을 이유로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는 건 납득할 수 없다"며 "결국 동물 화장장을 필요로 하는 시민들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협회는 동물장묘업체를 운영하는 민간 사업자들의 단체다. 그럼에도 조 회장은 지자체가 동물 화장장 설치와 운영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회장은 "인간과 반려동물의 공생과 소통은 거스를 수 없는 일이다"며 "민원이 문제가 된다면 지자체가 나서 시민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다. 더 이상 외면해선 안된다"고 했다.

 

◇ 유정복 2기 인천시정부, 동물화장장 인식은

 

6.1지방선거에서 동물 화장장을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들이 있다. 모두 당선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인천의 반려인들에겐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이학재 전 국민의힘 인천시장 예비후보와 유제홍 전 국민의힘 부평구청장 후보는 각각 지자체 최초 '시립 반려동물 장례식장 설치 및 납골당 반값 운영'과 '반려동물 화장장 건립'을 공약했다.

 

재선에 성공한 더불어민주당의 차준택 부평구청장도 반려동물 화장장 공약화를 검토했으나, 가능성 검토와 여론수렴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으로 공약으로 내지 않았다.

 

당시 차준택 캠프 관계자는 "동물 화장장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며 "다만 그보다 앞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차 구청장이 재선에 성공한 만큼 그와 관련된 절차를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며 "유정복 시정부의 역할도 크다. 함께 좋은 결과를 내길 기대한다"고 했다.

 

유정복 2기 시정부도 반려동물 화장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유정복 인수위 관계자는 "인수위에서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다.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면서도 "후보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 경기신문 / 인천 = 최태용·박지현 기자]

최태용·박지현 기자 rooster81@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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