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식 칼럼] 양적 완화는 공정한가

2022.07.13 06:00:00 13면

 

 

과거 흑사병 등 팬데믹이 지나간 뒤에 사회는 평등해졌다. 노동력의 부족으로 임금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의 후과는 오히려 불평등이 심화되는 양상으로 귀결되고 있다. 의학 기술의 발달과 양적 완화 때문이다. 첨단 의학 기술이 사망자를 최소화한 것은 인류가 이룬 또 하나의 성과이지만, 중앙은행이 초 저금리 하에서 경기부양을 위하여 돈을 푸는 양적 완화(Quantative Easing)의 효과는 긍정·부정의 이중성을 띠고 있다.

 

무제한 화폐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현재의 화폐제도는 21세기에 들어와 경제위기 극복의 만능보검으로서 양적 완화를 탄생시켰다. 일본은 1990년대 자산 버블과 고령화로 인한 디플레이션 대책으로서 제로 금리 정책이 효과가 없자, 2001년 중앙은행이 발권을 통해 국공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금융시장에 추가 유동성을 공급하는 극약 처방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 방식은 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 시 미국, 유럽, 일본 등에 의하여 일반화되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확산하자 미국을 필두로 각국 정부는 초거대 규모의 양적 완화 정책을 펼쳤다. 하지만 이는 자산시장에 버블을 초래하였고, 사회는 일확천금의 환상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잔치는 끝나고 소수의 승자와 대다수 패자만 남았다. 21세기 팬데믹은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

 

무차별적인 양적 완화는 금융시장을 통하여 확산하는 과정에서 부자와 사회적 약자를 차별한다. 대부분 자금은 제1금융권을 통하여 소수의 부자들에게 흘러가고, 대다수 사회적 약자들은 제2금융권에서 얻는 적은 액수의 고금리 대출에 만족한다. 금융시스템 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한 금융회사의 행위를 비도덕적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문제는 이러한 금융시스템을 통하여 작동하는 양적 완화 정책 자체의 한계에 있다.

 

양적 완화를 통하여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안정화되면, 다음 단계로서 양적 완화의 규모를 줄이는 테이퍼링, 금리 인상, 그리고 양적 긴축의 순서로 정책을 전환한다. 문제는 전환 효과 또한 국가별로 차별적이라는 점이다. 기축통화국에서는 자국 통화의 강세로 수입 물가가 하락하면서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진정된다. 그러나 신흥국에서는 외화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심하면 국가부도의 위험에 처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양적 완화는 ‘근린 궁핍화 정책’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양적 완화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수단은 무엇인가? 있다면 적절한가?, 무제한 화폐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현재의 화폐제도에는 문제가 없는가? 현재의 화폐제도는 투명하고 공정한가?, 기축통화들 사이에 ‘세력균형’이 이루어지면 금융시장의 불안정은 해소 혹은 완화될까? 등등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할 때다.

임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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