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본질 흐리는 ‘2차 가해·신상털기’ 반복되는 이유는?

2022.07.20 06:00:00

‘인하대 성폭행 추락사’ 2차 가해·신상털기…명백한 범죄
‘침묵·방관·동조’도 문제…적극적 의견 개진 및 피드백 필요

 

인하대학교 성폭행 사망 사건 관련 피해자 ‘2차 가해’와 피의자 ‘신상털기’ 등이 무분별하게 확산하자 전문가들은 ‘침묵과 방관, 그리고 동조’하는 사람도 문제라며 적극적인 반대 의견 개진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지난 15일 인하대 사건 발생 이후 온라인 게시판에는 피해자를 겨냥한 2차 가해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이들은 해당 글을 통해 “예쁘냐”, “(피해자) 인스타 아는 사람 있느냐” 등 내용으로 피해자의 신상을 캐려는 모습을 보였다. 어떤 이는 “남자랑 새벽까지 술을 마시냐”는 글로 사고의 원인이 피해자에게 있다는 취지의 논리도 폈다. 

 

아울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서는 피의자의 이름, 사진, 고향, 부모 직업 등 신상 정보도 빠르게 공유되며 ‘신상털기’가 무분별하게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범죄 사건에 대한 누리꾼들의 2차 가해·신상털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평 계곡 살인 사건’의 경우, 숨진 피해자를 두고 일부 단체 대화방에서 “가스라이팅을 왜 당했나”, “전부 본인이 한 것”이라며 책임을 묻기도 했다.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에 대해선 “예쁘면 용서된다”는 등 대화가 오가기도 했다. 

 

지난해엔 공군에서 성폭력을 당한 이예람 중사가 신상 유포 및 2차 가해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이 중사가 사망한 후에도 단체 대화방을 통해 “남친은 하루 만에 돌싱이 됐다”는 등 2차 가해는 계속됐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반복되는 ‘2차 가해·신상털기’에 대해 명백한 ‘범죄’라고 입을 모았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19일 경기신문과의 통화에서 “사이버 공간에서 해야 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다”라면서 “‘피해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 ‘가해자가 어느 지역 출신이다’ 등 (글을 올리는 행위는) 범죄가 된다”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도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된 것이라도 개인의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에 일종의 범죄가 될 수 있는 것”이라며 “타인에게 엄청난 피해와 폭력을 주는 행위라는 걸 인식하고 규제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2차 가해’와 ‘신상털기’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임명호 단국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나 개인의 불안이 투사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교수는 “내가 불안하니 남이 힘든 걸 얘기하며 위로를 받게 되는 본능에 가까운 행위”라면서 “나는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2차 가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처음에는 가벼운 호기심으로 기인했지만, 정보를 털어가고 더 많은 걸 알아가고 인터넷에 올리고 조회수가 높아지면 만족감, 자신감이 생기게 된다”라면서 “(그때는) 이게 사실이든 아니든 죄책감이나 죄의식 없이 (계속) 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서는 ‘침묵과 방관, 그리고 동조’하는 사람들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대중들의 적극적인 의견 개진과 피드백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곽 교수는 “침묵하는 사람 조차 가해자다. (사실이) 아닌 정보에 대해선 즉각 답을 달아서 아니라고 해야 한다”라며 “다수들이 피해를 줄 수 있는 것들을 보았을 때 아니면 아니라고 (의견을) 올린다던지 좀 더 강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교수도 “피해를 받는 당사자들의 정보를 공유하고 동조하는 사람들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가해자도 인권이 있지 않느냐’, ‘피해자도 힘들텐데 왜 그러냐’ 이런 피드백이 시작돼야 순화가 되고 발전이 되지 않겠나”라고 내다봤다.

 

[ 경기신문 = 강현수 기자 ]

강현수 기자 hskang@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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