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사진’ 인기 파고든 기업들, '소확행' 전략은?

2022.08.13 06:00:49 16면

유행을 위한 소비 촉구하는 기업들의 이색 홍보법 눈길
단순 인증사진 성지가 아니다...기업의 소확행은 '소비를 부추기는 확실한 유행'

 

#캐릭터 빵 있나요? #박재범 소주 있어요?

 

1500원짜리 캐릭터 빵과 유명 연예인이 만든 1만원대 소주로 편의점 문턱이 닳고 있다. 우리가 이렇듯 하루가 멀다고 빵과 소주를 구하느라 혈안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빵과 소주 등 유행하는 상품을 구한 우린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사진 찍기에 분주하다. 개인 소셜 미디어에 제품 사진을 올리면 눌리는 '좋아요' 버튼에 마음 한구석에서 뿌듯함을 느끼기도 한다.

 

인증사진을 위한 소비 심리를 기업은 소확행으로 분류해 제대로 이용하고 있다.

 

기존 소비자들에게 '소확행'이란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라는 의미로, 지친 일상에 자그만 변화를 주며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면 현재 기업들이 추구하는 '소확행'이란 소비를 촉구하는 확실한 유행이라고 분석된다.

 

기업은 앞서 코로나19로 인해 억눌렸던 소비자들의 보복 소비 심리를 활용해 신제품을 내놓거나 기업을 홍보하고 있다.

 

캐릭터 빵과 소주처럼 기본 물량을 소량으로 잡아 유행을 만드는가 하면 신제품이 없더라도 브랜드 합작을 통해 단순 이미지 알리기에 나선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는 기업의 예상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형태로 유행을 따르고 있다. 기업은 소위 '인증사진'과 인증사진을 위한 MZ세대의 열정을 십분 활용한다.

 

구하기 힘든 것을 구했다는 인증사진과 이를 부러워하는 것에 대한 자부심, 부러움을 받기 위해 열정적으로 찾아다니는 MZ세대의 적극성이 한데 모이면 기업의 소확행은 실현된다.

 

기업들은 이를 위해 '참여형 마케팅'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인증사진 마케팅의 주인공으로 글로벌 유명 캐릭터 ‘월리’를 내세웠다. 글로벌 콘텐츠 제작사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월리를 찾아라(Where’s Wally)’ 콘텐츠 사용 및 저작권에 대한 국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월리 캐릭터를 활용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2년 여만에 처음으로 진행되는 현대백화점의 오프라인 프로모션은 행복을 주제로 글로벌 유명 캐릭터 ‘월리’를 활용한 다양한 이벤트를 열어 고객들에게 즐거움과 행복 에너지를 전달하겠다는 취지다.

 

월리를 찾아라는 수많은 사람 속에서 주인공 월리를 찾는 내용의 그림책으로, 1987년 영국에서 발매된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6000만부 이상이 팔린 매머드급 베스트셀러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압구정 본점 등 전국 16개 백화점과 아울렛 8개점에서 월리를 찾아라를 주제로 백화점 내부를 꾸미고 고객 체험형 콘텐츠와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주요 점포에는 무려 13m 높이의 대형 월리 조형물이 들어섰다. 거대한 조형물은 무역센터점을 시작으로, 압구정본점·더현대 서울 등 7개 점포에서 2~3주씩 차례대로 설치됐다.

 

또한 무역센터점과 판교점 문화홀을 ‘월리 스튜디오’로 꾸며 고객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다양한 월리 캐릭터를 활용한 한정판 굿즈(보드게임 등)를 사은품으로 증정했다.

 

아울러 고객 2000여명의 캐리커처를 활용한 초대형 아트북을 만들고, 월리 행복 걷기 챌린지를 실시해 월리 티셔츠를 판매했다.

 

현대백화점 측은 “지난 7월 2~3일 양일간 진행된 월리 체험형 콘텐츠에만 약 30여만명의 고객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여 백화점을 매력적인 공간으로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자체 개발 캐릭터 ‘벨리곰’을 내세워 고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벨리곰은 롯데홈쇼핑이 지난 2018년 MZ세대 직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사내 벤처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캐릭터다. ‘일상에 웃음을 주는 곰’이라는 세계관을 가진, 사람을 좋아하는 분홍색 곰이다.

 

롯데홈쇼핑 역시 벨리곰을 활용한 거대 조형물을 설치해 집객 효과를 높였다.

 

지난 4월 롯데월드타워 메인 광장에 아파트 4층 높이의 15m 초대형 벨리곰, 2m 크기의 벨리곰 6개를 설치한 ‘어메이징 벨리곰’ 공공 전시가 등장했다. 전시 시작과 동시에 ‘인증샷 성지’로 입소문을 타며 3일 만에 50만명이 다녀간 데 이어 2주 만에 방문자 200만명을 넘어섰다.

 

또한, 팝업 스토어 형식으로 운영한 굿즈샵은 매일 한정 수량으로 선보인 상품들이 1시간 만에 완판되는 등 높은 호응을 얻었으며, SNS상에서 벨리곰 게시글도 2만건 이상 게재됐다.

 

같은 기간 벨리곰 TV 유튜브 채널 구독자는 50만 명을 돌파했으며, 온라인 스토어 ‘벨리곰 닷컴’ 매출도 5배 이상 신장했다.

 

벨리곰 효과에 힘입어 롯데월드몰 일일 방문객은 30%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홈쇼핑은 향후 기업, 지자체들과 연계해 전국 곳곳에서 전시 및 팝업 스토어를 진행할 예정이며, 연내 대만, 독일 등 현지에서 콘텐츠 기획 및 글로벌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진출을 준비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인생네컷'과 협업해 한달 간 '테라네컷'만의 차별화된 사진 프레임을 선보이고, 강남, 홍대에 '테라 전용 부스'를 운영하는 등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테라네컷은 최근 MZ세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테라 굿즈 ‘스푸너’로 테라를 따거나 테라를 시원하게 마시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또 병뚜껑 머리띠와 대형 스푸너 등 테라와 관련된 다양한 촬영 소품도 마련돼 있다.

 

서울 강남과 홍대 매장에는 테라의 시그니처 색상인 초록색과 테라의 심벌로 꾸며져 있는 테라 전용 부스도 각각 1대씩 설치했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앞다퉈 인증샷 마케팅에 열중하고 있는 이유는 매출과 직결된다.

 

브랜드 이미지를 높여 집객력을 올리고, 관련 상품을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MZ세대의 자발적인 SNS 공유를 통한 온라인 마케팅 효과도 커 효율이 매우 높다는 장점도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유통업체들은 온오프라인 관계없이 집객이 매우 중요하다. 발을 딛게 만드는 것까지가 쉽지 않다. 그런데 캐릭터라는 매개를 이용해 소비자들로 하여금 물건을 구매함과 동시에 캐릭터를 매체로 한 다양한 재미있는 소비 경험을 할 수 있으므로 유통업체를 친근하게 여기고 가고자 하는 욕구를 작용한다"며 "캐릭터 뿐만 아니라 이러한 매개들은 유통업체를 재미있는 친구로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고, 이에 유통업체들이 흥미로운 매개나 경험을 소비자와 연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 경기신문 = 이지민 기자 ]

이지민 기자 jiminl9017@kg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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