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영금의 시선] 8월의 태양은 뜨겁다(1)

2022.08.02 06:00:00 13면

 

 

 

매미가 울기 시작한다. 6년을 땅속 칩거하다가 밖으로 나와 허물을 벗으면 매미가 된다. 그리곤 짝을 찾느라 저리도 자지러지게 울어댄다. 본능에 따라 울고, 짝을 만나면 사랑을 하고 그러다가 어길 수 없는 때가 되면 사라진다. 언제 아플 시간이 있을까. 사랑하기도 부족한 시간에.

 

그때는 그랬다. 힘이 없었잖아. 그리 말하면 할 말이 없지만 미물같은 매미도 할 일은 다 하고 사라진다. 너덜거리는 시간을 뒤져봐야 한숨만 나오지만 그래도 도대체 머리가, 아니 심장이 왜 아픈지 아무리 최고의 병원 의사를 찾아도 진단도 처방도 못한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 혹여 북쪽의 지도자는 이러한 변명은 하지 말았으면. 옥수수도 여물어 가는데, 나만은 살아 있어 매미 울음소리가 덧없이 커지는 8월이다. 태어난 고향이라고 부모 형제의 소식은 알고 싶어 생명줄 잡고 이 글이나마 쓰는 것이니 북쪽도 남쪽도 내 고향이요, 광복을 위해 싸운 사람들은 분단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렇게 되었고, 어디서 살든지 배부르면 고향이지 편한 생각도 하지만. 너무도 오랜 시간 지나 잊혀도 그놈의 매미소리 때문에 옥수수 알이 목에 걸린다.

 

‘멀리서 왔다고 하면 안되갓구나’ 평양냉면에 평양 소주에 화려한 쇼가 있는 동안만이라도 심쿵 하기도 했다. 가난한 시절 먹던 고향의 도토리 국수, 강냉이국수, 밀주로 빚은 술이랑, 고향소식 가지고 오면 좋겠는데. 그러면 강냉이 한 알에 생명을 빚진 사람에게 위로가 되지 않을까. 매미소리에도 그날의 트라우마를 지우지 못하고 있는데, 울지도 못하고 간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부모를 잃은 자식들이, 자식을 잃은 어미가 찾고 부르는데 티브이쇼나 보려고 심쿵해본 것도 아니다.

 

8월은 지는 꽃이 피는 꽃을 만나듯 아픈 상처나 기억은 보내고 단풍진 가을을 생각할 때이다. 해방의 만세소리로 가득했을 공간에는 건물이 들어서고 시대도 변했다. 그래도 시간이 지날수록 진하고 알알이 맺혀오는 그리움과 미안함이 보낼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서신이 되어 병자가 된다.

 

그때는 길 아닌 길을 길인 듯 떠나야 했고, 그러니 돌아볼 여유도 없었다. 이제는 청년이 된 자식에게도 외가인 북쪽 고향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는데 어떻게 서두를 떼면 좋을지 용기가 나지 않는다. 세상의 길은 어디에도 통해있어 떠난 것이 죄는 아닌데, 남북의 정상들과 미국대통령까지 드나드는 길을 어찌 우리만 못 가는지, 그보다 어디에 물어야 할지 몰라 더욱 답답하다.

 

떠난 이유는 달라도 누군들 태어난 고향으로 가보고 싶지 않겠는가. 예수를 배반한 유다라고 해도 말이다. 머리로는 예습 없는 인생 행복해지고 싶은데 마음이 허락하지 않는다. 매미가 울면 슬픈 눈물 되어 나도 그렇게 울어버리고 싶다. 8월이면 ‘고난의 행군’ 시기에 굶어 죽었던 귀신들이 떠거지로 달려들어 묻는다. 너 아직 살았니?

위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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