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헌의 심우도] 정의란 무엇인가? 칼자루와 완장의 ‘정의’

2022.08.02 06:00:00 13면

 

시조 ‘동창이 밝았느냐 노고지리 우지진다…’의 작자(作者) 조선 문신 남구만(1629~1711)이 관련된 이야기다. 문장과 경사(經史·경서와 사기)에 밝았고 영의정까지 지낸 당시의 ‘셀럽’이다. 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간단한 줄거리와 그것의 취지(趣旨)다.

 

하루는 낚시를 하는데 물고기가 한 마리도 잡히지 않았다. 대조적으로 조과(釣果)가 화끈한 곁의 한 낚시꾼에게 남구만이 물었다. 그 문답(問答)의 기록이 남았다.

 

“똑같이 낚싯대를 던지는데 물고기가 그대의 미끼만 잇따라 무는 이유가 무엇인가? 비법을 가르쳐주게나.”(남구만) “법(法)을 일러드리기는 어렵지 않으나, 묘(妙)를 가르치는 것은 어렵소이다.”(낚시꾼)

 

남구만이 그 대답을 중요하게 생각했다는 것이겠다. 요즘 말로 ‘의미부여’다. 그가 어떤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비유(比喩)의 방법으로 글을 지어냈을 개연성(蓋然性)도 있다.

 

세상 이치이기도 하리라. 낚시의 방법은 같아도 경험이 주는 절묘한 경지가 어찌 같을까?

 

‘법과 원칙’을 늘 내세우는 대통령과 ‘완장질’로 헛발질 연발하며 급전직하 지지율에 당황하는 여당의 대표 직무대행(당시)을 생각한다. 낚시의 ‘일반론’은 法이고 물고기를 잘 낚는 ‘비법’은 妙일 터다. 나름의 ‘정의’와 이를 구현하기 위한 ‘정치’로 빗대볼 수도 있겠다.

 

법전이나 책에도 이미 적혀 있는 법과 원칙만을 챙기기 위해서 굳이 대통령과 같은 직책은 필요하지 않다. 말 그대로 법과 원칙대로 하면 된다. 그러나 정치(政治)는 다르다. 회초리로 세상을 바룬다는 뜻 칠 복(攵)자가 正의 곁에 붙어있는 것이다.

 

정의(正義)란 무엇인가? 正義의 에센스인 ‘바를 正’의 어원은 ‘오래된 미래’처럼 뜻밖의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적(敵)의 성(城)을 향해 진격하는 잰 발걸음이 正이란 글자를 이룬 그림이다. 한자가 그림에서 온 기호임을 다시 생각하자.

 

사방을 둘러싼 성의 모양인 囗(국)은 나라 국(國)의 옛글자다. 그친다 멈춘다는 뜻으로 쓰는 지(止)는 발 그림의 기호로 다른 글자와 합체할 경우 ‘가다’는 뜻이 된다. 正자 윗부분 一은 囗의 생략형이다. 법과 묘처럼, 正과 政의 차이는 엄연하다.

 

그림이 그렇듯 글자는 (세상 뜻의) 상징이다. 저 성(囗)을 차지(점령)하는 것이 正이니 승자독식의 어떤 규칙처럼 전에는 억지이던 것도 지금은 정의인 것인가. 적어도 그들은 그렇게 여기나보다.

정치 도치(道治) 덕치(德治)를 구분해 세상의 지도 원리를 설명한 원불교의 법어가 그들에게 혹 답이 될까?

 

정권이 바뀌면서 얻게 된 독(과)점적 발언권이나 기회를 정의나 정치라고 착각하지 말 것이다. 자기(들)만의 ‘애국(심)’을 오로지한 것이라고 주장하기 위해 고래심줄 세금을 쓰는 것은 조만간 (국민의) 회초리를 맞을 수 있는 행실이다.

 

문자(文字)의 원리는 이렇게 법보다 묘를 보여주었다.

강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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