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행 칼럼] 여야의 적대적 공존

2022.09.08 06:00:00 13면

 

한국의 거대 여야 정당이 서로를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국민들은 이들을 위에서 내려다보며 웃고 있는 것 같다. 두 주체의 이득이 맞물려 쇼하고 있다는 것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는 것이다. 적대적 공존. 이 낡은 이율배반이 한국 사회에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정치행위에 있어 한국 국민들이 그 어느 나라 국민들보다 역동적이기 때문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통보를 기점으로 여야의 비난은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이 대표의 "전쟁", 정청래 최고위원의 "민주개혁 진영에 대한 도발", 김태년 의원의 "졸렬한 무신정권의 미친 행위", 박성준 대변인의 "윤석열 검찰공화국의 정치 보복", 조정식 사무총장의 "DJ 현해탄 납치 사건 연상" 등 민주당은 연일 주워 담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힘당도 때를 기다리기라도 한 것 같은 반응이다. 권성동 원내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검찰소환 비난은 치외법권적 발상“, 김기현 의원의 "전과 4범의 이력을 가진 이 대표가 검사에게 협박하고 훈계하는 모습은 막장 영화 ‘아수라’에서 보았던 장면”, 박수영 의원의 "야당 탄압 프레임 짜려고 당 대표 된 것" 등 국민의힘당의 거친 말도 열거하기조차 힘들다.

 

사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소환은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 조 사무총장은 야당 대표의 검찰 소환은 드문 일이라고 못 박았지만 법 앞의 평등에 위배되는 초 특권적 발상인데다 정치인들이 걸핏하면 면피용으로 쓰는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다. 서민들은 편의점에서 빵 하나 훔쳐도 구속되는데 국회의원이나 당대표를 소환조차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민주당 안에서도 오래 전부터 우려했던 사안이다. 수사 중인 건만 해도 변호사비 대납 의혹(수원지검), 대장동 특혜에 따른 배임 의혹(서울중앙지검), 성남FC 후원금 제3자 뇌물수수 의혹, 백현동 특혜 의혹(경기남부경찰청) 등 10건 가까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당은 이 기회에 정치가 아닌 법리로 맞서서 정리해야 한다. 국민의힘당도 민주당을 자극할 것이 아니라 수권정당인 만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는 등 오해를 걷어내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러나 두 당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국민들의 정서보다는 사실을 비틀어 프레임화하는 그릇된 정치문법으로만 치달으려고 한다. 지금 민주당은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당 대표의 종합적 범죄 의혹으로 백척간두에 서있다. 국민의힘당도 내부 분열, 윤대통령의 무능, 대통령 부인의 각종 리스크 등으로 마찬가지 상황이다. 문제는 두 당이 '전쟁'을 통해 적대적 공존을 이어가려는 데 있다.

 

이들은 국민들이 두 정치세력을 동시에 지우려고 하는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은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대선 결과와 윤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최근 여러 정치의식 여론조사결과 등을 종합해서 한마디로 표현하면 ‘국민들의 정치세력 토사구팽’ 아닐까? 적대적 공존을 하려다 통째로 정치적 죽임을 당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건행
저작권자 © 경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흥덕4로 15번길 3-11 (영덕동 1111-2) 경기신문사 | 대표전화 : 031) 268-8114 | 팩스 : 031) 268-839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엄순엽 법인명 : ㈜경기신문사 | 제호 : 경기신문 | 등록번호 : 경기 가 00006 | 등록일 : 2002-04-06 | 발행일 : 2002-04-06 | 발행인·편집인 : 김대훈 | ISSN 2635-9790 경기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0 경기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kg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