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으뜸경기’인데 문화체육관광예산은 ‘전국 꼴찌’

2022.09.22 06:00:00 13면

​만만한 게 문화·관광 예산이라는 생각부터 버리려야

경기도의 인구는 1360만 명에 가깝다. 대한민국 전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광역지방정부다. 재정자립도는 61.6%로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많은 분야에서 으뜸임을 자랑한다. 그러나 꼴찌인 분야도 있다.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이다. 본보(21일자 1면, 3면)는 경기도의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 비중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최하위라고 보도했다.

 

경기도의회 황대호 의원(민주·수원3,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따르면 2022년 도 문화체육관광국의 예산은 5541억 원이었다. 이는 전체 예산(31조 4096억 원, 1회 추경 예산 포함) 대비 1.76% 밖에 되지 않는다. 16위는 서울시로써 1.99%다. 그러나 인구수 대비 1인당 문화체육관광 예산을 따지면 큰 차이가 난다. 경기도민 1인당 예산은 3만 9714원이지만 서울시민 1인당 예산은 6만 4032원이다.

 

내년에도 사정은 나아질 것 같지 않다. 내년도 도 예산 역시 팍팍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도 감액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꼴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문화예산 수준은 3%다. 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들은 매년 본예산 심의 때마다 예산 3% 확보를 요구했으나 번번이 실현되지 않았다.

 

이 소식을 접한 도내 관련분야 종사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전국 최저 수준인 예산을 또 다시 축소시키면 문화예술은 고사한다며 삭감이 아닌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경기민예총 김성수 사무처장은 “예술 창작과 생산 행위는 물질적 가치보다 더 중요한 정신문화적 재부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보호받고 존중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도는 이들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예술인들도 어엿한 직업인이자 하나의 경제 주체로 참여하고 있으므로 소상공인 등 다양한 경제활동 주체들처럼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말에 동의 한다.

 

황대호 의원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오래전부터 요구된 도 문화체육관광 분야 예산 3% 확보가 안 이루어지는 원인을 ‘필요에 의해 선택적으로 조정이 가능한 여가라고 보는 시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집행부가 바라보는 문화체육관광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이후 문화·체육·관광에 대한 도민 욕구는 폭발적임에도 문화체육관광 예산이 수치화가 되지 않는다며 예산을 줄이는 도의 자세를 지적했다. “도민들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환산하면 1.8% 대비 100배는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효과를 여러 마케팅 기법으로 환산할 수 있음에도 기피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예술·관광·체육 분야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 분야의 종사자들은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었다. 도가 이들 분야에 긴급 지원을 했지만 터무니없이 작은 액수여서 근본적인 도움이 되지 못했다. 문화·체육·관광 생태계 회복과 종사자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 팔을 걷어붙이고 나서야 한다.

 

코로나19와 물가 상승 등으로 위축된 국민의 사기를 높이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분야가 활성화돼야 한다. 생활에 활기를 주고 삶의 의욕을 부활시킬 수 있는 처방 중 이 분야만한 것이 없다. 정부나 지방정부의 관련예산은 오히려 늘어나야 마땅하다. ​만만한 게 문화·관광 예산이라는 생각부터 버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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