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행 칼럼] 시장·군수·구청장은 전제 군주

2022.10.13 06:00:00 13면

 

최근 수도권의 전 기초자치단체장 2명이 법정구속 되었다. 민선 7기 성남시장 은수미 씨(민주당)와 민선 6기 용인시장 정찬민 씨(국민의힘)가 주인공인데 범죄혐의 공통분모는 뇌물수수다. 이들의 혐의를 자세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기초자치단체장의 고질적인 병폐를 단적으로 압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수미 씨는 보도된 대로 지난달 16일 1심 재판(수원지법)에서 징역 2년 및 벌금 1000만원, 추징 467만원 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은 씨가 받고 있는 범죄혐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직권남용), 뇌물공여 및 수수, 청탁금지법 위반 등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은 씨는 자신의 정치자급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담당 경찰관 김 아무개 씨(구속)로부터 수사자료 일체를 넘겨받는 대가로 김 씨의 지인 업체에게 4억5000만원 규모의 공원 터널 교체공사를 허가해 주었다. 이 과정에서 은 씨는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박 아무개 씨(구속)에게 돈과 고가의 와인 등을 수수한 혐의도 받고 있다. 심지어 은 씨는 경찰관 김 씨의 내연녀인 보건소 직원의 보직 부여라는 인사 청탁을 들어주기까지 했다. 은 씨의 뇌물 공여와 수수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인허가권, 인사 청탁은 인사권에서 각각 비롯된 것이다.

 

정찬민 씨도 지난 달 22일 1심(수원지법)에서 징역 7년과 벌금 5억 원 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는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다. 판결문에 따르면 정 씨는 건설업자에게 개발 인허가를 대가로 사업부지 내 토지 4개 필지를 친형과 친구 등 제 3자에게 시세보다 2억9600만원 싼 가격에 취득하게 했다. 아울러 업자에게 토지 취·등록세 5600만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씨의 경우 제 3자 뇌물수수로 7년 형이라는 중형에 처해졌는데 이는 기초자치단체장의 인·허가권을 악용한 결과다.

 

두 사람의 법정 구속은 기초자치단체장의 막강한 권한이 근본 원인이다. 실제로 기초자치단체장은 연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 대에 이르는 예산집행권과 많을 경우 수천 명에 해당하는 공무원 인사권, 각종 인·허가권 등 권한을 거의 독점적으로 행사한다. 무소불위의 권한이 있는 자에게 그저 선하기를 바라야만 하는 상황인 것이다.

 

특히 인·허가권은 도시계획과 건축허가 등 굵직한 것만 추려도 100 건이 넘는다. 성남시장이었던 민주당 이재명 대표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됐는데 인·허가권이 핵심이다. 두산건설에게 의료용지를 상업용지로 용도변경해주는 대가로 50억 원을 성남FC 후원금 명목으로 받은 혐의다. 지금 수사 중인 대장동과 백현동 특혜도 모두 기초자치단체장의 인·허가권으로 귀결된다.

 

기초자치단체장의 상당수가 인·허가권에 따른 뇌물수수로 구속됐는데 성남시의 경우 민선 7기까지 시장 5명(2명 연임) 전원이 같은 혐의로 구속됐거나 기소된 상황이다. 국민들은 성남시장하면 구속부터 떠올릴 법 하다. 이는 기초자치단체장의 권한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는 반증이 아닐 수 없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민주주의의 미덕은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데 있다. 지방자치제도는 중앙 권력을 지방과 분권하기 위해 고안된 창작물이다. 그런데 지방권력도 너무 비대해서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괴물이 되었다. 기초자치단체장을 전제군주라고 공공연하게 부르고 있는데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이 시대에 전제군주란 말이 과연 가당키나 한 것일까?

이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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